<교육개혁1년>5.대학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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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올해 한동대(경북포항)신입생 5백60명은 어떤 계열.학과에도소속되어 있지 않다.학생들은 1.2학년때 영어.전산등 공통과목과 기초과목을 배운 뒤 3학년 때부터 전공을 찾아 학과를 선택하지만 얼마든지 복수 전공을 할 수 있다.
건양대는 올해 취업에 필요한 실무교육 위주로 교육과정을 개편,1~4학년이 모두 전산 강의를 받도록 하고 토익(TOEIC)6백점 이상 취득한 3.4학년은 영어 학점을 인정키로 했다.
대학가에 불고 있는 「개성화」바람의 한 단면이다.
대학은 국가의 지적 수준과 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그러나 우리는 4년제 대학 1백35개에 고등교육기관 진학률 50%란 양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아직 세계 5백위권의 대학조차 없을 정도로 질적 수준이 낙후됐다.
대학 개혁은 이런 가운데 시작됐다.대학의 선진화.세계화,사회와 함께 열린 교육을 실현하자는 취지다.
1년 사이 정부.대학의 노력으로 대학 개혁은 걸음마 단계긴 하지만 비교적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획일적이던 대학 사회에 경쟁 원리가 도입되고,다양화.특성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많은 대학들이 어정쩡한 「종합대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특정 분야를 집중 육성하겠다고 나섰다.서울시립대는 도시전문대학,동덕여대는 디자인전문대학,안동대는 국학대학으로 각각 목표를 정했다. 대학의 양대 기능인 연구.실무 인력 양성을 놓고도 대학별로 차별화되고 있다.서울대등 세칭 일류대는 연구 위주 대학으로,건양대등 아직 지명도가 낮은 대학은 실무 인력 양성으로 방향을 정했다.
대학의 교육 과정.학제도 크게 달라졌다.96학년도부터 학과 신설.폐지가 자율화되면서 해양스포츠학과(부산수산대).경호학과(용인대).보석공학과(동신대).만화예술학과(상명여대)등 38개교에서 37개 신종 이색학과가 탄생했다.
96학년도에 서울대.부산대등 64개 대학이 7백45개 학과를2백46개 학과로 통폐합하고 학부제를 활성화했으며,서강.경북대등 70여개 대학이 전공 이수 학점을 60~70점대에서 30점대로 대폭 낮춘 최소전공인정학점제를 도입,학생들 이 다양한 학문을 배울 기회가 훨씬 많아졌다.
해외 진출을 계획중인 대학도 늘어나 경남.호남등 8개 지방 대학은 공동으로 60억여원을 투자,미국 오리건주에 분교를 세울계획이다.이와 함께 교육부가 이달중 확정 발표할 대학 설립 준칙주의가 시행되면 내년부터는 총정원 4백명 이하 의 소형 대학이 자율적으로 설립되고,학부가 없는 단설대학원 등 다양한 형태의 대학.대학원이 선보이게 된다.우리 대학사회에도 명실상부한 「개성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이같은 외양적인 변화로 대학 개혁이 성공적이라고평가하기는 이르다.개혁이 성공하는데 필수적인 교육 인프라가 여전히 열악하다.최근 교육부가 57개 지방 사립대의 교육 여건을평가한 결과 교수 1인당 학생수.교사(校舍)확 보율에서 법정 기준의 70%를 넘은 학교는 포항공대등 10개대에 불과했다.
대학가 안팎에 아직도 남아있는 집단 이기주의도 개혁의 걸림돌이다.교육부 관계자는 『나눠먹기식으로 강의를 배분해오던 일부 교수들이 학과 통폐합이나 대학의 특성화로 자신의 강의 기회가 줄어들 것을 우려,개혁에 소극적이거나 심지어 반대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교내 분규 등으로 전혀 개혁에 관심이 없는 대학도 있어 교육부는 올해부터 대학의 교육개혁 실적을 평가,20개 대학에 총 3백억원을 차등 지급하겠다며 「분위기 잡기」에 나섰다.경쟁무풍지대에 안주해온 우리 대학 사회도 이제 적자 생존(適者生存)의 시대에 접어든 것을 인정하고,스스로 변화해야 할 때가 온것이다.
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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