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기업 소비자소송에 골머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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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독일 자동차회사 BMW는 얼마전 미국에서 값비싼 경험을 하나치렀다. 출고전 사고로 차체가 긁힌 4만7백50달러짜리 차에 새로 칠을 해 판매했던 BMW는 나중에 이 사실을 알아챈 차주인에 의해 소송에 휘말렸다.BMW는 결국 차주인에게 차값에서 4천달러를 돌려주는 동시에 과거 10년동안 비슷한 결함을 지닌차를 샀던 9백83명의 고객들에게도 모두 2백만달러를 물어주어야만 했다.제품결함과 관련해 해당기업에 형사적 책임을 묻지않는대신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큰 배상금을 물어야 하는,이른바 「징벌적 손해배상금」의 한 사례다.
이런 일은 미국에서 비일비재하다.지난 2월 텍사스주의 미첼에너지사는 8가구에 자그마치 2억달러라는 배상금을 지급해야 했다.미첼사의 가스전(田)때문에 이들이 사용하는 물이 오염됐다며 낸 소송에서 패한 것이다.지난해 6월 포드자동차는 앨라배마주의자사 딜러와 계약한 판매상들에게 6백만달러를 물어줘야 했다.판매상들이 자신들의 사업실패는 메이커측이 차를 잘못 만든 탓이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회사측이 졌기 때문이다.94년엔 뉴멕시코주의 한 여성이 2백70만달러라는 거 금을 챙겼다.맥도널드사 자판기에서 뽑은 뜨거운 커피를 쏟아 살을 뎄다며 낸 소송에서 이긴 결과다.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앞서의 사례들과 함께 이같은소송의 폐해에 대해 미국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고 최근호에서 보도 했다.
이에따라 이미 16개주는 징벌적 배상금에 상한선을 두는 법률을 통과시켰거나 곧 통과시킬 예정이다.코네티컷주는 징벌적 배상금을 실제 피해액의 2배이내로 제한했고,캔자스주는 피고측의 연간수입 또는 5백만달러중 적은쪽으로 상한선을 정했 다.
그러나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소비자운동이 워낙 뿌리깊은 미국이기 때문이다.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탓인지 빌 클린턴대통령도 한달전 징벌적 배상금을 제한하려는 법률안에 거부권을 행사한바 있다.
심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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