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봉사 번쩍 눈 뜰 때 공연장 하늘도 좌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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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숙선의 보성소리 심청가
8월 30일 오후 7시 국립극장 KB 하늘극장, 전석 2만원, 02-2280-4115

“내 딸이면 어디 보자. 아이고 내가 눈이 있어야 내 딸을 보제. 아이고 답답하여라.”

심봉사가 두 눈을 끔벅끔벅하더니 번쩍, 눈을 뜬다. 이때 공연장의 하늘도 열린다. 공연장의 지붕이 모두 열리면 늦여름의 깊은 밤이 관객의 머리 바로 위에 있다. 이처럼 하늘이 맞닿은 공연장에서 판소리 심청전을 완창한다. 소리 인생 50주년을 지난해 넘긴 안숙선(59) 명창의 공연이다.

밤하늘을 볼 수 있도록 지붕이 열리는 곳은 국립극장의 KB 하늘극장. 장충동의 이 야외 공연장은 국내 최초의 개폐식 돔 공연장으로 지난해 12월 문을 열었다. 800여 석 규모의 아담한 편인 이 극장에서 지붕이 모두 열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54초. 버선발로 뛰어나온 딸이 아버지를 끌어안고 아버지가 안타까움으로 절규하는 동안 관객이 밤하늘을 만나는 시간이다. 공연을 기획한 국립극장은 올해 총 아홉 번의 판소리 완창 공연 중 12월 31일 제야 공연과 이번 심청전만 오후 7시에 배치했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순간을 관객에게 선물하고 싶어서다. 심청전 완창은 오후 11시30분쯤 끝날 예정이다.

안숙선 명창은 보성소리의 적통을 이어받은 인물이다. 서편제·동편제를 아우르는 보편적인 판소리 창법인 보성소리는 19세기 후반 박유전이 다듬어 보성의 정재근에게 전수했고, 이후 정응민·성우향 명창을 거쳐 안 명창에게 전해졌다. 안 명창은 이번 완창 무대에서 자신의 제자들을 내세워 판소리의 미래를 전망한다. 스승이 처음부터 심청의 어머니가 죽는 대목까지를 부르면 제자 서정금·한승석·김유경·김지숙·유수정·정미정씨가 차례로 등장한다. 모두 무대·학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소리꾼이다. 이어 심봉사가 눈을 뜨는 하이라이트는 다시 안 명창이 이어받아 공연을 마무리한다.

심청전은 현대 청중의 마음에 가깝게 닿는 작품이다. 심청가를 각색한 창극 ‘청’은 국립창극단에서 최고 공연 횟수(34회)와 최다 관객(4만 명)을 기록했다. 보성소리로 부르는 심청가를 모태로 구성한 이 작품에서 안 명창은 선창을 담당하고, 직접 살풀이를 추며 심청전의 매력을 청중에게 전했다. 수없이 심청과 만났던 그가 여름의 밤하늘 아래에서는 어떤 심청을 그려낼지가 관람 포인트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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