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축구협회장 그림자 실세 축구협회 김동대 기획실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 옆에는 항상 「그림자 실세」인 김동대(46)축구협회 기획실장이 있다.
94년부터 시작된 월드컵 유치과정에서 1백50만㎞의 비행마일리지를 기록한 정회장과 마찬가지로 김실장도 똑같은 수치를 갖고있다.그러나 정회장이 출국하기 며칠전 출발해 사전 정지작업을 해왔기 때문에 출장일수는 훨씬 앞선다.
정.김 커플은 우연히 만났다.충남 예산출신인 김실장은 한국외국어대 스페인어과를 졸업한뒤 78년 현대에 입사,주로 외국의 건설현장을 뛰어다녔다.
정회장을 처음 만난 것은 94년2월 레바논에서 벌어진 94미국월드컵 아시아예선전때.당시 현대직원으로 지원나간 김씨는 바로정회장의 눈에 띄어 곧바로 발탁된다.
정회장이 180㎝.78㎏의 뜸직한 체구에 스페인어와 영어를 무리없이 구사하는 그의 감각과 치밀한 마무리능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이미 일본쪽에 기울었던 유치전을 대등하게 끌어올린 계기는 94년5월 아시아축구연맹(AFC)총회에서 실시된 국제축구연맹(FIFA)파견 부회장선거로 김실장은 바로 이 업무에 투입됐다.
처음엔 아무도 정회장을 거들떠보지 않았지만 둘은 발로 돌아다녔다.북한외에 가보지 않은 나라가 없을 정도로 뛰고 또 뛰었다. 이라크가 국제제재를 받던 시절 요르단을 거쳐 육로로 11시간이나 달려 바그다드에 들어갔을 때는 보안이 너무나 철저해 「이러다 죽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한다.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아들인 이라크 축구협회장은 처음엔 만나주지도 않았지만 며칠을 기다리는 정성끝에 가까스로 접촉할수 있었다. 이때문에 선거에 당선됐다.또 아프리카 모리셔스에 갔을 때는 폭풍을 만나 호텔에 사흘동안 갇혀 지내기도 했다.
김실장은 『체력이 좋고 기억력이 비상한데다 한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정회장을 모시며 어떻게 2년이 흘러갔는지 모르겠다』고 회상한다.
그러나 그에겐 또다시 2002년 월드컵 한.일공동개최에 따른준비업무의 대임이 주어져있다.
취리히=신성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