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간만에(?) 만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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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간만에 진탕 놀다 왔더니 온몸이 뻑적지근하고 낮에도 졸음이 쏟아져 헤어나질 못하겠다.” “우연이었지만 그 녀석을 만나 본 게 고등학교 졸업 이후 처음이었으니 간만에 못 다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은 건 당연한 일이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떠났던 휴가. 김모씨는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장시간 운전까지 하느라 심신이 지쳤다. 떠나기 전엔 일탈이 주는 즐거움에 한껏 기대에 부풀었겠지만 막상 돌아온 일상에서 생경함을 느끼며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김씨의 경우처럼 휴가지에서 우연히 옛 친구를 만났을 때 ‘간만’이라고 쓰는 이가 많다. 그러나 어떤 일이 있은 때로부터 긴 시간이 지났음을 뜻하는 이 말은 ‘오래간만’이 잘못 줄어든 형태다. ‘오랜만’이라고 줄여야 바른 표기다.

또 “일정을 다 마치고 오랫만에 집에 돌아오니 너무나 편안해 눈이 스르르 감겼다”처럼 ‘오래’와 ‘만’의 합성어라 생각해 ‘오랫만’이라 쓰는 경우도 많다. 이 역시 본말이 ‘오래간만’인 것을 떠올리면 실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휴가 후유증은 대부분 수면 시간의 부족과 갑작스러운 변경으로 생체리듬이 헝클어지면서 생긴다고 한다. 휴가 마지막 날까지 일정을 잡기보다 여유 있게 돌아와 휴식을 취하는 게 좋겠다. 

이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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