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해외 은행 우리 돈 주고 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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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국민은행이 카자흐스탄 은행 지분을 사들이면서 원화로 대금을 지불했다. 국민은행은 27일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의 지분 23%를 인수했다. 이채로운 것은 대금 지급 방식이다. 통상 우리 기업들이 해외 거래를 할 때는 미국 달러 등 국제 통화로 결제한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이번에 달러 대신 원화를 썼다.

이를 위해 국민은행은 이번에 카자흐스탄 중앙은행과 원화와 현지 통화(텡게)를 바꾸는 스와프 거래를 했다. 원화 5250억원을 599억 텡게와 맞바꿔 주식을 판 쪽에 넘겨 주는 방식이다. 카자흐스탄 중앙은행은 이번에 확보한 원화를 국내 채권에 투자해 운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삼성중공업 등이 수주 대금을 원화로 받은 경우는 있지만 우리 기업이 해외 기업을 인수합병하면서 원화로 결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국민은행 측은 설명했다. 국민은행 해외사업부 김종주 팀장은 “우리 쪽에서 요구하기도 했지만 원화가 그만큼 국제화됐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원화로 결제하면 득도 많다. 우선 거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달러 결제는 해외에서 달러를 마련해 다시 현지 통화로 바꾸는 과정을 거쳐야 해 비용이 많이 든다. 더구나 최근 국제 금융시장 불안으로 국내 금융기관의 달러 조달 비용이 크게 오른 상태다. 또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도 줄일 수 있다.

국민은행은 BCC 지분을 올해 7% 더 사들이는 등 30개월 이내에 총 50.1%를 취득해 경영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총비용은 12억7000만 달러로 국내 금융사의 해외 인수합병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알마티에 본사를 둔 BCC는 총자산 73억1900만 달러로 카자흐스탄 내 6위의 상업은행이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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