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배면적 급감세 자급률 90%선-쌀 수급현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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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최소시장 접근(MMA)물량으로 수입될 쌀은 모두 가공용으로사용된다.앞으로도 주식용 쌀 수입은 없을 것이다.』 우루과이 라운드(UR) 타결 이후 첫 쌀 수입을 앞둔 지난해 10월 최인기(崔仁基)당시 농림수산부장관은 국회 농림수산위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러나 이 약속마저 깨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정부 일각에서 주식용 쌀 수입에 대한 목소리가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그만큼 상황이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쌀 자급 기반이 이렇게 흔들리게 된 것은 벼 재배 농민과 면적이 계속 줄기 때문이다.80년 이래 최악인 작년 쌀작황(생산량 3천2백60만섬)도 한몫했다.
이농(離農)현상이 빠른 속도로 진행돼 벼 농사를 짓는 농민 수는 90~94년 새 32만여명이나 감소했다.
지난해 벼 재배 면적은 1백5만6천㏊(31억6천8백만평)로 94년보다 4.2%나 줄었다.90~95년 6년치를 따져 보면 15%(18만9천㏊)나 감소했다.농지 전용(轉用)도 늘고 있다. 물론 쌀 소비도 줄긴 했지만 벼 재배면적은 더 빠른 속도로줄고 있는 것이다.80년대 중반 이후 통일벼가 사라지는 등 정부가 다수확 정책을 포기한 점도 한몫했다.
그 결과 쌀 자급률과 재고가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94년만 해도 8백3만섬에 달했던 정부 재고가 작년에는 4백72만섬으로 떨어졌고 올해는 2백72만섬까지 줄 것으로 예상된다.세계식량농업기구(FAO)가 권장하는 적정 재고(2개월치 식량)5백50만~5백90만섬을 밑도는 수준이다.
앞으로의 전망 역시 밝지 않다.
91년까지만 해도 1백%를 웃돌던 쌀 자급률은 지난해 흉작으로 91.4%로 떨어진 데 이어 올해도 92.2% 선에 머무를것이란 게 농림수산부의 전망이다.
김정호(金正鎬)농경연 연구위원은 『이대로 가다간 99년부터 쌀 재고가 바닥나며 2004년께는 자급률이 89%에 이를 것이고 최악의 경우 84%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세계적인 쌀 수급 전망은 더욱 어둡다.주요 쌀 생산국인 중국의 경우 산업화가 진전되면서 수입국으로 전락했다.일부 아시아 개발도상국가들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최근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하면서 「식량 무기화」에 대한우려의 목소리가 높다.북한에 대한 쌀 추가 지원 문제도 걸려 있다. 올해 세계곡물 재고량 역시 작년보다 22%나 줄어 안정선인 60일 소비량을 밑도는 47일분(2억4천8백만)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가 최근 식량증산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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