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전거는 내가 지킨다!

중앙일보

입력

“이기락(34) 씨는 얼마 전 망연자실했다. 자동차를 타는 게 날이 갈수록 부담스러워져서 자큰 맘먹고 구입한 50만 원 상당의 자전거를 일주일이 채 안 돼서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아파트 앞 자전거 보관대에 다른 자전거들과 함께 나란히 주차를 해두었는데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아, 다시 자전거를 살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다시 자동차를? 으아아악~!”

“김건열(17) 학생은 학교와 학원을 오갈 때 항상 자전거를 이용했다. 처음에는 열심히 공부하라며 부모님께서 사주신 30만 원 가량의 자전거를 타고 다녔지만 지금은 인터넷에서 싸게 구입한 8만 원 짜리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이전에 쓰던 자전거 안장과 타이어, 후미등까지 모두 도둑맞았기 때문이다. 길을 지날 때마다 예전에 쓰던 모델이 씽씽 달리는 모습을 보면, 김건열 학생 속이 쓰리다. 아~, 공부할 맛 안 난다! 세상이 왜 이리 팍팍한 거야!”

자전거 도둑과의 전쟁

모든 매니어들이 그렇듯 자전거 매니어들도 취향별로, 기능별로 꽤 까다로운 감식 과정을 거쳐 구입한다. 그들에게는 당연히 자전거가 자동차를 대신한 ‘애마’로 ‘보물 1호’다. 나름대로 튜닝을 해서 개성을 표현하거나, 여러 가지 필요한 옵션을 달아 제법 고가의 자전거들을 마련하면서 가슴이 부푼다.
하지만 값비싼 자전거를 구입하고 난 후에도 마음을 놓을 날이 없다는 자전거족들이 많다. 바로 자전거 도둑 때문이다. 무참하게 잘려나간 자물쇠만 자전거 보관대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경우가 많아 자전거족들은 이미 자전거 도둑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실제로 자전거 도둑이 자전거를 가져가는 데에는 몇 분 정도의 짧은 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절도범들은 가방이나 쇼핑백에 절단기, 줄톱, 망치 등을 들고 다니며, 가벼운 쇠줄 정도는 1~2분 사이에 잘라낼 수 있기 때문이다. 줄이 강력하다면 자물통을 망치로 부수기도 한다. 날로 진화하고 있는 자전거 도둑과의 전쟁에서 내 자전거를 지키는 방법은 과연 없는 것일까.

1. 자전거를 밖에 묶어두지 않는다.
먼저 자전거는 절대 밖에 묶어두지 않는다. 20만 원 이상의 자전거라면 더더욱 그렇다. 물론 자전거 보관대 등의 시설이 갖춰져 관리인이 있는 경우는 안심하고 주차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되도록 야외에 묶어 두지 않는 것이 좋다. 자전거는 고급 스포츠카 보다 관리가 어렵다. 집이 좁아 자전거 세울 곳이 여의치 않다면 비싼 자전거는 사지 않는 편이 좋을 지도 모른다. 자물쇠는 도난방지용이 아니고 도난지연용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각 지자체에서 자전거 등록제 등을 시행하고 있으니 기대해 볼 만한 일이다.
어쩔 수 없이 밖에 묶어두어야 한다면 반드시 지켜야할 원칙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밖에 묶어두는 자전거가 ‘너무 좋으면 안 된다’는 간단한 원칙이다. 눈에 띠게 값비싸 보이는 자전거라면 자전거 도둑의 눈에 띠기도 쉽다. 자신에게 매력적이고 값진 자전거라면 자전거 도둑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만큼 눈에 띠지 않게 조심하도록 하자.

2. 전철역 주변의 자전거 보관대는 더욱 주의하도록 하자.
전철역 인근의 자전거 보관대에 주차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기도 하지만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자전거족들이 가장 빈번하게 자전거를 도둑맞는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하철역 자전거 보관대의 어두운 곳은 관리인의 눈에 띠기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지나가는 사람들도 의심 없이 지나치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지하철역의 자전거 보관대에는 하루에도 수천 명의 사람들이 오고간다. 더더욱 자전거 근처에서 서성대는 사람을 의심하기란 쉽지 않다. 또 새벽 시간에는 오고가는 사람이 드물어 도난의 위험이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3. 똑같은 자리에 계속 보관하지 않는다.
한 자리에 오랫동안 자전거를 묶어두는 것도 좋지 않다. 장소가 만약 아파트 현관 앞이라도 마찬가지다. 절도범들은 오고가면서 자전거를 눈독들이다가 작전을 세우고 자전거를 훔쳐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장소를 자주 바꿔가며 자전거를 보관하도록 하자.

4. 사람들이 많이 지나가는 곳에 자전거를 세우자.
자전거를 묶어두어야 할 경우에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보관하도록 한다. 사람의 눈이 아니라 CCTV가 있는 곳에 묶어 둔다면 도난 방지 효과가 더욱 뛰어나다. 자전거를 묶어 두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절도범들이 끊는 행동을 하기 힘든 장소이냐가 더 중요하다.

5. 전봇대나 가스관, 수도관 등에 묶어 두도록 한다.
자전거가 보편화되고 생활에 깊이 관여하게 되면서 앞서 말한 절대적 원칙을 지키는 것은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보다 융통성 있는 도난방지책이 필요하다. 한강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서 잠시 화장실을 가거나, 혹은 먼 여행지에서 음식점에 들어간다면. 이러한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한 가닥의 쇠줄에 의지할 수 밖 에 없다. 쇠줄로 자전거를 묶을 때는 바퀴, 프레임을 합쳐서 전봇대나 가스관, 수도관 같은 강력한 구조물에 묶어두어야 한다. 길이의 여유가 된다면 자전거의 안장의 스프링 부분까지 같이 묶어주면 좋다. 단 30초를 자리를 비우더라도 자전거를 묶어두는 편이 좋다.

6. 자전거를 묶는 데도 원칙이 있다.
자전거를 묶는 데에도 생각이 필요하다. 자전거의 바퀴만 프레임과 묶어두면 통째로 들고 가버릴 수도 있다. 들고 가서는 어두운 곳에서 줄을 끊고 타고 가버릴 것이다. 자전거의 앞바퀴나 뒷바퀴만 지지대에 묶어두면 바퀴만 덩그러니 남고 다른 부분은 가져가버릴 수도 있다. 자전거의 안장을 묶어두지 않는다면 안장만 뽑아간다. 고급 전립선 안장 같은 경우는 저가 자전거 보다 비싸다. 자전거 매니어 중 일부는 안장을 뽑아서 간수하고 있으면, 절도범이 줄을 끊어도 타고갈 수가 없기 때문에 못 가져간다고도 한다. 그러나 절도범들은 여분의 안장을 들고 다니는 경우도 많으며, 페달을 뽑아놓는 상황에 대비해서 여분의 페달도 들고 다니기도 한다. 어떤 상황이든 100% 방지란 없다.

7. 잠금장치가 벽이나 바닥에 붙지 않도록 한다.
잠금 장치를 달더라도 잠금 장치를 통째로 망가뜨리는 도둑도 있다. 망치나 무거운 돌로 열쇠 부분을 내려쳐 자물쇠를 여는 수법이다. 자물쇠를 망가뜨리려면 반대쪽에 벽이나 돌이 받치고 있어야 한다. 자물쇠는 눈에 잘 띠게 아래쪽에 닿지 않도록 달아준다.

8. 중요한 부품들은 빼서 보관해라
자전거 전체보다 일부 부품만 빼가는 절도범도 있다. 대부분이 자전거들이 바퀴와 안장을 쉽게 분리할 수 있게 되어 있어 안장이나 바퀴, 심지어는 바퀴만 남기고 몸체만 가져가는 경우도 있으니 뺄 수 있는 부품들은 빼 놓는 것이 좋다.

10. 튼튼한 자물쇠를 구입하라.
자전거 자물쇠의 종류만큼이나 자물쇠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5,000원 미만의 자물쇠에서부터 3만 원 이상의 자물쇠까지 종류가 다양하지만 되도록 너무 싼 자물쇠는 이용하지 않는다. 그만큼 끊어 가기가 쉽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쇠줄과 망치에 비교적 튼튼하게 나온 자물쇠와 경보기가 울리는 자물쇠 등 기능이 가미된 자물쇠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자신의 자전거에 잘 맞는 자물쇠를 구입해 사용하도록 하자. 이중삼중으로 자물쇠를 채워 놓는 것도 한 방법이다.

11. 중고 자전거를 구입할 때는 파는 사람을 꼭 확인하자.
인터넷을 통해 중고 자전거를 거래할 때는 반드시 파는 사람의 신원을 확인하도록 하자. 상대방의 신원을 모르고 확인했다가 자칫 자전거의 본래 주인과 만나면 일이 복잡해지는 경우도 더러 있다. 자전거 관련 인터넷 까페에서 자전거를 분실했다는 게시물들을 미리 확인하고 내가 사려는 중고 자전거가 혹시 같은 기종은 아닌지 미리 확인해 보는 것도 좋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자전거 타기

이쯤 되면 ‘나 자전거 안타’하고 손들어버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전거 도둑과의 전쟁 속에서도 자전거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더 많기 때문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사랑한다. 자전거는 편리하고 교통체증이 없고, 친환경적이고 건강한 교통수단이기 때문이다. 자전거의 천국 네덜란드와 프랑스에서도 자전거 도둑은 없어지지 않는 사회적 문제다. 어딜 가나 도둑은 있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자전거 타기 좋은 환경 정비 뿐 아니라 자전거 문화의 의식도 우리 모두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지만 먼저 내 자전거를 지키는 나만의 방법들을 익혀 둘 때다.

장치선 객원기자 charity1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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