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밤샘없는 연세大병원영안실 개원 한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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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널찍한 35평의 빈소에 들어선 문상객 許모(57.회사원)씨는조문을 마친뒤 출출한 속을 채워보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어느 빈소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돼지머릿고기나 소주병이 눈에 띄지않았다.28일 오후10시쯤 연세장례식장 1호 빈소에서의 일이다. 잠시후 許씨는 상주의 손에 이끌려 식당으로 안내돼 육개장.
떡.음료수.편육으로 식사를 끝냈다.
『처음엔 당황했지만 시끌벅적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엄숙하게 고인을 추모하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습니다.자정 이후엔 문상객들의 귀가를 권장한다니 굳이 밤을 새우지 않고 귀가해도 상주에게덜 미안하기도 하고요.』 14개의 빈소를 갖춘 연세장례식장이 음식접대는 식당을 통해서만 하도록 하고 술.도박.흡연을 금지시킨지 한달을 맞았다.접대공간이 없기 때문에 상주를 위로하고 싶은 사람은 식당이나 복도에 길게 배열된 의자에서 잠깐씩 대화를나눌 수 있을 뿐이다.그러나 아직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장례식장 현관앞 공터에서 자리를 깔고 술을 마시고 있던 50여명의 문상객중 박부원(朴富原.51.상업.서울성북구석관동)씨는『상주와 술잔을 기울이며 위로해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서운하다』며 『전통적 사고방식은 그대로인데 형식만 바 꾼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또 문상객 송철기(宋哲己.54.상업.부산시중구부평동)씨는 『3일장을 함께 치르기 위해 부산에서 왔는데 쉴만한 공간이 없어불편하다』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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