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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기업은 이해력· 문제 해결 뛰어난 인재 선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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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성동 구글코리아에 있는 카페테리아에서 점심 시간에 직원들이 식사와 오락을 즐기고 있다. [구글코리아 제공]

온라인 리크루팅업체 잡코리아는 최근 외국계 기업 인사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회사 성장에 기여도가 높은 인재의 특징’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인사 담당자의 59%가 ‘이해력이 빠르고 문제 해결력이 뛰어난 사람’을 꼽았다. ‘자기 계발 의지가 강한 사람’(44%), ‘조직적응력이 뛰어난 사람’(40%), ‘창의적인 사람’(23%), ‘자립성이 강한 사람’(21%)이 그 뒤를 이었다(복수 응답). 잡코리아 측은 “외국계 기업은 성과지향적이라 일처리가 날렵하며 회사에 구체적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인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외국계 기업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어학능력이 아닌 직무전문성인 셈이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의 이광석 대표는 “외국어 능력은 필수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또 외국어를 그저 유창하게 하는 것보다는 상대방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바탕으로 주어진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더 중시한다”고 설명했다. 다국적 휴대전화기 회사인 모토로라코리아도 이런 인재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 회사의 변연배 전무는 “혁신적 사고방식과 창조적 문제 해결 능력이 중요하다. 열정적이고 경험이 풍부하며 능동적인 사람이라면 더욱 좋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고를 향한 열정▶팀워크에 대한 신념▶도덕성▶리더십▶도전에 대한 열정▶세상에 행적을 남기려는 의지 등을 핵심 인재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국IBM은 열정·혁신성·성실성·도덕성을 강조한다.

외국계 기업 중에는 신입사원이 2, 3년 만에 임원으로 승진하는 식의 ‘초고속 인재양성 과정’을 운영하는 곳이 적지 않다. 담배 회사인 BAT, 화장품 회사인 로레알, HSBC 은행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 만큼 경쟁이 치열하며 업무 스트레스 또한 만만치 않다. 외국계 기업들이 도전정신과 승부욕이 강한 인재를 선호하는 이유도 그것이다. 특히 한국얀센처럼 사무직 사원도 영업사원 가운데서 선발하는 회사는 더욱 그러하다. 이 회사 면접 평가항목에는 승부근성, 도전정신, 사회활동 정도 등이 포함돼 있다. 글로벌 기업 중에는 주인의식 또는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는 곳도 많다. 리더십을 발휘해 잠재적 최고경영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을 최고의 인재로 치기 때문이다. 로레알코리아의 리더 인재상을 뜻하는 조어 ‘FACE’에는 ▶사고의 유연성(Flexibility)▶기업가 정신(Autonomy)▶의사표현력(Communication)▶열정(Energy) 등의 덕목이 담겨 있다.

글로벌 기업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또 한 가지는 ‘열린 생각’이다. 한 회사에 다양한 문화와 인종이 공존하는 만큼 폐쇄적 사고방식은 조직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변연배 모토로라 전무는 “세계 73개국, 320개 사업장에서 6만8000명의 직원이 일을 한다. 이들의 각기 다른 생각과 문화적 배경은 회사의 큰 자산”이라고 말했다. 모토로라는 회사 내에 아시아·흑인·라틴·여성 비즈니스 위원회는 물론 게이·레스비언·양성애자·트랜스젠더 위원회까지 두고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닌 직원들이 독창성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이처럼 다양성·열린 생각을 중시하는 기업들도 직원들이 회사의 비전만큼은 확실히 공유하길 원한다. 그중에서도 구글은 이를 유난히 강조하는 회사다. 구글코리아 정김경숙 이사는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구글리(Googley)’한 사람이 아니면 채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구글리하다’는 ‘겸손하며 언제나 서로 돕고, 수평적 근무환경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란 뜻이란다. 그는 “이런 사람이라면 굳이 시시콜콜 업무 지시를 내릴 필요가 없다. 믿고 맡길 때 오히려 더 큰 성과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마이크로소프트 또한 흡잡을 데 없는 성적과 경력을 갖춘 지원자라도 본인이 가려는 방향과 회사의 비전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채용을 포기한다.

외국 기업들은 또 가족중심적 사고를 하는 인재를 환영한다. 예컨대 수도권에 거주하는 입사 지원자가 “지방 사업장으로 가게 되면 기꺼이 가족과 떨어져 지내겠다”고 말할 경우 그 헌신성을 높이 사기보다 오히려 점수를 깎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광석 대표는 “가족을 사랑하며 가정을 중시하는 사람이 업무 효율과 회사에 대한 충성도도 높다는 것이 외국계 기업의 대체적 시각”이라고 말했다.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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