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청소년 몸집 쑥쑥 크는데 책.걸상은 10년 그대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서울S고교 3년 李모(18)양이 학교에 도착하는 시간은 오전6시10분.이때부터 李양은 책과의 씨름이 아닌 또다른 전쟁을 벌인다.다름아닌 책.걸상과의 전쟁.책.걸상을 하나하나 손으로 짚어가며 몸에 맞는 것을 골라야 하는 것이다.뒤따 라 들어서는급우들도 책가방을 팽개치고 책.걸상을 고르느라 한바탕 소란을 떤다. 『하루 10시간 이상을 학교에서 보내야 하는 우리에겐 꼭 끼는 책.걸상에 앉아있는 게 고문입니다.』 대부분의 책상이작아 수업도중 상체가 앞으로 쏠리는 것은 예사고 어떤 책상은 아예 무릎과 맞닿아 흔들대기도 한다.3학년 진급뒤 허리와 다리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한 李양은 결국 한달여동안 한방병원을 드나들며 물리치료를 받기도 했다.
학생들의 몸집은 해마다 커지는데 비해 책.걸상은 보통 10년만에 교체되는데다 체형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진다.이같은 문제점이 10년 넘게 반복되고 있지만 거의 개선되지 않고 있다.
최근 본사가 서울S고교 3학년 남녀 각 1개반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본 결과 「책.걸상이 몸에 맞지 않아 통증을 느낀다」는 학생이 전체 95명의 88.4%인 84명이나 됐다.여학생은 더 심해 42명 가운데 41명이 허리와 목.허 벅지등에 만성적인 신경통을 호소했다.항상 허리를 굽히고 앉아야 하는게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들중 일부는 병원에서 X레이를 찍고 통원치료를 받고 있거나받은 적이 있고 시간을 아끼기 위해 집에서 안마기등으로 자가치료를 하는 학생도 많았다.
한국공업규격(KS)용 가구를 생산하는 가구사가 시판용으로 제작하는 고교생 책상의 평균 높이는 72.5㎝,의자는 43.2㎝정도.그러나 일선 고교에서 사용중인 책상은 65~69㎝,의자 44~46㎝로 한국공업규격이나 책.걸상의 높이 균형도 무시된 셈이다. 또 지난 10년간 고교생의 키(고1 기준)는 3.9(남)~2.2(여)㎝씩 커졌다.
그러나 교육부가 매년 교체하는 책.걸상의 수는 초.중.고교를합쳐 40만~80만조.전체 8백여만조의 고작 5~10%에 불과하다.짧아야 7년,길게는 10년 이상 걸려 교체하는 책.걸상이학생들 몸에 맞을리 없다.
교육부 權영춘사무관은 『높이 조절이 가능하고 학생들 체형에 맞는 하이테크 책.걸상의 도입을 검토중이지만 예산문제로 당장은학생들이 편안한 책.걸상에서 수업받기 힘든 실정』이라고 실토했다. 서울고 박복선(朴福善.34)교사는 『아픈 학생들이 급증하고 있는데도 예산 문제만을 들어 책.걸상을 바꾸지 않는 것은 이해할수 없다』며 학생들이 편하게 앉아 수업받는 것보다 더 시급한 교육과제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하고 있다.
은종학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