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정재영 주연 ‘신기전’ … 조선시대 신무기 개발 퓨전사극으로 재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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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신기전은 세종 때 실제 개발된 로켓형 화포다. [KnJ 제공]

세종임금의 재임 말기였던 1448년, 신무기 개발 연구소의 소장 격인 화통도감이 정체 모를 무리의 습격을 받고 숨진다. 도감의 딸 홍리(한은정)는 설계도와 실험자료가 기록된 문헌, 즉 총통등록을 품고 간신히 몸을 피한다. 명나라와의 무역을 비롯, 제법 크게 사업을 벌이던 장사치 설주(정재영)는 왕실무사 창강(허준호)의 부탁으로 사연을 모른 채 홍리에게 피신처를 제공한다. 홍리는 아버지의 뜻을 이어 문제의 신무기, 즉 신기전의 완성을 소명으로 삼지만, 설주는 아버지가 반역죄로 처형당한 내력 때문에 조선왕조에 반감이 크다. 때마침 벌어진 다른 사건으로 설주는 큰 손실을 입게 되고, 어쩔 수 없이 창강의 제안을 받아들여 홍리를 돕게 된다.

‘신기전’은 드라마와 액션, 멜로와 코미디를 고루 맛볼 수 있는 오락영화다. 명나라의 감시를 피해 비밀리에 진행되는 신기전 개발, 순탄지 않은 실험과정을 드라마의 뼈대로 삼고 거기에 순수한 장사치 이상으로 무예에도 뛰어난 설주 일행의 액션을 더한다. 도도한 여성과학자 홍리와 행동파 설주 사이에는 예정된 수순처럼 애정이 싹트는데, 여기에는 코믹함이 더해진다.

바탕에는 민족주의적 메시지가 깔려 있다. 당대의 대국 명나라의 무리한 요구, 그 때문에 어린 소년들이 환관이 되는 모습이 꽤 참혹하게 표현된다.

그러나 이같은 민족주의적 울분은 오락영화라는 큰 틀 안에서 소화된다.

‘신기전’은 당시에 세계 최초로 로켓형 무기 신기전(神機箭)이 개발된 역사적 사실을 모티브로, 인물과 줄거리를 창작해낸 퓨전사극이다. 세종(안성기)이 저잣거리에서나 어울릴 법한 직설적인 말로 분을 토로하는 것을 비롯, 의도적으로 퓨전 스타일을 구사한 대목이 적지 않다. 디테일의 역사적 정합성 여부는 이 영화의 개봉 이후 따져볼 만한 대목이다. 15세 관람가.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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