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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이볜 전 총통 ‘물귀신 작전’ 대만 정국 대혼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거액 외화 해외 도피 혐의를 받고 있는 천수이볜(陳水扁) 전 대만 총통의 ‘물귀신 작전’으로 대만 정국이 쑥대밭 직전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모두 부패 스캔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형편이 된 것이다. 천 전 총통은 재임 중 10억 대만달러(약 333억원)를 자금세탁 과정을 거쳐 해외로 빼돌린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대만 자유시보(自由時報) 등 언론에 따르면 천 전 총통은 22일 타이베이(臺北)의 한 모임에 참석해 총통 재임 당시 여당이었던 민진당에 두 차례에 걸쳐 3억4000만 대만달러(약 115억6700만원)의 선거자금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거 때마다 당 내외에서 선거자금에 대한 요구가 끊이지 않아 남은 선거자금 대부분을 당에 보내 각종 비용으로 사용토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총통 재임 8년 동안 매년 당을 유지하기 위해 1000만~1500만 대만달러의 자금이 필요했다”며 “음성적으로 드는 비용은 포함하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 같은 비용의 대부분을 총선과 대선을 치르고 남은 선거자금으로 충당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그는 14일 “마잉주(馬英九) 현 총통과 샤오완창(蕭萬長) 부총통도 지난 총통 선거 때 6억7000만 대만달러(약 220억원)의 정치헌금을 받아 이 중 3700만 대만달러를 은닉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촉구했었다.

그의 딸인 천싱위((陳幸妤)도 18일 민진당 집권 당시 행정원장(국무총리 격)을 했던 쑤전창(蘇貞昌)과 지난 총통선거에서 민진당 후보로 나섰던 셰창팅(謝長廷), 현 가오슝(高雄) 시장인 천쥐(陳菊) 등 3명도 거액의 선거자금을 받아 챙겼다고 밝혔다.

이 같은 연쇄 폭로로 대만 정국은 아수라장이다. 차이잉원(蔡英文) 민진당 주석은 “너무 놀라 뭐라 말할 수 없다. 일단 당 재무 부문에서 과거 선거자금을 정밀 조사하고 있다. 25일 나오는 결과를 보고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집권 국민당은 민진당을 부패정당으로 규정하고 검찰의 전면적인 불법 선거자금 수사를 촉구했다. 민진당도 현 총통의 과거 불법 선거자금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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