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군국주의 日本 왕들은 허수아비가 아니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시아에서 메이지 유신으로 가장 먼저 서구 문명을 받아들인 일본은 이토 히로부미가 앞장서 메이지 헌법을 채택함으로써 왕을 정점으로 하는 입헌군주제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근대 국가의 흉내를 냈지만 일본은 여전히 왕 지상주의의 절대주의국가였다. 이러한 국가 체제의 구체적 제도로서 몇 사람의 원로가 총리를 천거하는 제도라든가, 군부가 독주할 수밖에 없는 군부대신 무관제(軍部大臣 武官制)와 통수권의 독립(군사에 관한 중요 사항은 육·해·군 참모장이 총리를 거치지 않고 바로 왕의 재가를 받음)등이 있었다. 이런 제도 아래에서 군 파시즘이 득세할 수밖에 없었던 과정을 청·일전쟁, 러·일전쟁, 1차 세계대전, 만주사변, 중·일전쟁·2차 세계대전 등을 통해 적나라하게 서술함으로써 제도적 한계와 그 운용을 둘러싼 여러 인맥의 대립과 갈등관계를 생동감 있게 서술한 책이다.

또한 이 책은 일본 근대사에서 두드러진 인물인 히로히토 왕과 고노에 후미마로·요시다 시게루·이토 히로부미 총리 등 일본 근현대사의 주역들을 다루고 있다. 히로히토와 요시다 시게루를 다룬 대목이 특히 주목할 만하다.

우리가 흔히 생각한대로 쇼와 왕들이 내각 등의 상주를 무조건 결재했다는 상식도 이 책에 의하면 사실과 다르다. 왕의 의견에 크게 좌우되었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제2차 세계대전의 책임도 왕 자신에게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리고 일본이 입헌군주국가라는 상식도 깨어진다. 일본 왕은 영국왕처럼 군림하지만 통치하지 않는 존재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모두가 안다고 생각하는 일본 근현대사를 보다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 일독을 권하고 싶다.

이종복 언론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