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구두공장 소년 6명 '노예생활'-業主등 3명 긴급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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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6일 오전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 조사반.
허름한 옷차림의 丁모(13)군은 지하 구두공장의 생활에 진저리가 난다는 표정이었다.
丁군이 서울성동구금호동 제화공장인 동성상사에서 노예같은 생활을 시작한 것은 지난 1월중순.
지난해 12월 충남부여의 집을 나와 서울시내를 떠돌던중 청량리역에서 『좋은 직장을 소개해주겠다』는 노점상 정영탁(鄭永鐸.
37)씨의 꾐에 빠진 것이다.
鄭씨는 가출 청소년들을 유인,1인당 2만~5만원을 받고 이 공장에 팔아 넘기고 있었다.
30평 남짓한 어두컴컴한 지하공장에서 비슷한 처지의 가출청소년 5명과 함께 겪은 생활은 노예 그 자체였다.오전8시부터 시작된 구두제조작업은 17시간이 지난 다음날 새벽이 돼서야 끝났고,휴식시간이라고는 5분씩 주어지는 식사시간이 전 부였다.공장내 모든 창문에는 달아나지 못하도록 철망이 쳐져 있었고,건물밖의 화장실을 갈때도 직원이 항상 따라다녔다.
공장내에는 가죽.본드냄새가 진동했고 하루 1백여켤레의 구두를만드느라 손에는 물집이 잡혔다.1개월쯤 뒤 『그만 두겠다』는 말을 꺼냈다가 작업용 망치로 온몸을 얻어맞았고 뺨을 맞은 것은셀 수도 없었다.
한달에 20만원씩 주기로 했던 월급은 구경도 하지 못했다.함께 있던 金모(15)군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빨갛게 달구어진 연탄집게로 매를 맞아 이때의 충격으로 팔다리가 중풍처럼떨리는 증상을 보이고 있다.
이들의 노예생활은 丁군이 철망을 뚫고 탈출,15일 경찰에 신고함으로써 끝났다.경찰은 16일 가출청소년들을 유인해 팔아넘긴鄭씨와 가혹행위를 하며 이들을 고용해온 동성상사 대표 황래성(黃來性.42.서울성동구금호동)씨등 모두 3명을 긴급구속했다.
강갑생.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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