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비디오 모방 20대가 25차례 강도.性폭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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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편의 영화처럼 살고 싶다.피할 수 없는 끝으로 나를 몰아붙이고 싶다.살인,방법은 이것 뿐인데….』 서울 성동경찰서는 13일 비디오의 범죄를 흉내내 범죄내용을 자세히 기록하며 20여차례에 걸쳐 강도와 성추행한 혐의로 임상국(林湘國.24)씨를구속했다.
성인이 비디오 모방범죄를 저지른 것은 극히 드문 일로 林씨는자신이 저지른 범죄 한건 한건을 마치 영화를 제작하는 것처럼 일기장에 자세히 기록해놓고 다음에는 살인을 저지를 것을 예고하기까지 해 충격을 주고 있다.
林씨는 지난 4월21일 낮 서울동대문구회기동 커피숍에서 혼자있던 종업원 L모(24)양을 흉기로 위협,성추행하고 현금 7만원을 빼앗는 등 부녀자들을 상대로 모두 25차례에 걸쳐 현금 1백40여만원을 빼앗고 성추행한 혐의다.
林씨는 지난달 중순 비디오방에서 미국영화 『칼리포니아』를 본뒤 범행을 시작했다.주인공 얼리가 이유없는 살인행각을 벌이다 처절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며 林씨는 『얼리처럼 죽음을맞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것.林씨 는 이밖에 『올리버 스톤의 킬러』『비상구는 없다』『어쌔신』등 폭력과 허무를 다룬 영화에 심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쇄범죄 후 바다에 투신자살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林씨는 4월19일부터 주로 대학가 주변 커피숍과 비디오방 등을 돌며 혼자있는 여성을 상대로 강도행각을 벌였다.
林씨는 92년2월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갔다 적응하지 못해 93년9월 혼자 귀국한 뒤 뚜렷한 직업없이 생활해왔다.
경찰에서 林씨는 『삶에 희망이 없다.내 스스로 이땅에 살 수없도록 만든 후 죽고 싶었다』고 말했다.이에대해 고려대 심리학과 안창일(安昌一)교수는 『가정과 사회 모두에 제대로 융화되지못하는 사람들의 경우 비디오나 영화속의 삶을 자신과 동일시하고이에따라 행동하는 경향이 있으며,특히 폭력적인 내용을 쉽게 모방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강갑생.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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