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우주의 나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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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현대과학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생성(生成)초기의 우주(宇宙)는 본래 티끌보다 작은 하나의 점에 불과했다고 한다.과학자들은그것을 「우주의 씨앗」이라고 부른다.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뜨거웠던 그 씨앗은 「빅 뱅(대폭발)」이후 팽창을 거듭하면서 온도가 낮아져 은하.별.인간 따위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우주가 끊임없이 팽창해 왔다는 이론을 처음 내놓은 사람은 금세기 초의 미국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이다.그의 이론을 토대로 과학자들은 「우주의 나이」를 1백50억년쯤으로 추정했다.
티끌보다 작았던 우주는 지금에 이르러 반경 1백50억조㎞의 거대한 우주로 탈바꿈했으며,팽창을 계속한 끝에 「10의 1백제곱 년」에 이르면 우주의 모든 물질은 붕괴돼 자취를 감추게 되리라는 이론도 나오고 있다.스티븐 호킹은 은하계 중심에 있는 거대한 블랙홀이 증발해서 완전히 사라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10의 90제곱 년」으로 보고 있다.
우리로서는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숫자놀음일 수밖에 없지만 우리가 사는 지구는 우주에 비하면 역사로 보나 규모로 보나 별로 보잘 것이 없다.나이는 그 3분의1도 못되는 45억살이고 생명체의 역사는 35억년이다.
특히 6천3백70㎞에 불과한 지구의 반경은 우주와 비교할 때얼마나 작은지 계산하기조차 어려울 지경이다.하물며 고작 1백년도 채우지 못하는 인간의 수명은 말해서 무엇하랴.
미국의 천문학자들은 허블의 이름을 딴 「허블 우주망원경」으로지구를 90분에 한바퀴씩 돌면서 관측을 통해 우주의 나이를 이론적으로 연구해 오고 있다.
그중 두팀의 천문학자들이 최근 우주의 나이가 각각 「90억~1백20억년」 「1백10억~1백40억년」이라는 새로운 이론을 발표했다고 한다.종래의 1백50억년설보다 최소 10억년에서 최고 60억년이 「젊다」는 것이다.
우주의 나이를 보다 정확히 밝혀내는 것은 중요하지만 인간의 삶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오히려 그 천문학적인 숫자들에 왜소감과 무력감만 더 커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인간의 삶이란 결국 찰나에 불과한 것을 아등바등 티격태격 살아간들 뭘하나.하지만 인간으로 하여금 스스로 미물(微物)임을 깨닫게 한다면 나름대로의 의미는 있지 않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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