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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자금 출구 조사 신중하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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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검찰이 지난 대선 때 중앙당에서 지구당에 내려보낸 불법 자금의 사용 내역에 대한 수사 착수 여부로 고민하고 있다. 정당으로 들어간 불법 대선자금은 추징 대상이 아니라는 법원 판결에 따라 이를 환수하려면 각 지구당에서 유용한 자금을 밝혀야 하지만 수사 검토 단계에서부터 야당 측이 형평성에 어긋난 표적수사라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검찰 수사로 드러난 불법 대선자금의 규모는 한나라당 823억원, 노무현 후보 캠프 114억원 등 1000억원에 육박한다. 액수도 큰 데다 '차떼기'등의 추한 모습까지 덧칠되며 국민적 분노가 비등했다. 그런 만큼 그 사용처까지 낱낱이 규명해 추징하는 것이 국민감정에도 맞고,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길이라고 본다. 범죄로 인한 불법 이익은 반드시 환수해야 한다는 게 법의 기본 정신이기도 하다.

그러나 수사의 형평성 또한 고려해야 할 요소다. 검찰 수사로 드러난 여야의 시도지부 및 지구당 지원금은 한나라당 410억원, 盧후보 캠프 42억원이다. 한나라당의 경우 경합.전략지역에 따라 지구당별로 1억5000만~2억원씩을 내려보냈고, 盧후보 캠프에선 지구당에 1000만원 안팎씩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검찰이 지원금 규모 1억원 이상인 지구당을 '출구'조사 대상으로 한다면 盧후보 캠프는 단 한 곳도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반면 한나라당은 열세인 호남지역을 제외하고 대다수 지구당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러니 형평성 시비가 제기되는 것이다. 200여곳에 이르는 지구당을 모두 조사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이제 총선도 끝났다. 모두가 미래를 향해 새 출발해야 할 때다.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 역시 조속히 마무리돼야 한다. 이를 위해 검찰은 형평성 시비에서 벗어나고 명분도 살릴 수 있는 출구 조사의 새 해법을 찾아야 한다. 출구 조사의 주된 목적이 불법 자금의 환수에 있다면 검찰이 지원금 유용 혐의로 고발된 사건에 대해선 수사하되 환수는 중앙당 차원에서 이뤄지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