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위험한 해커들의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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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과기원(科技院)의 해킹 방지요원들이 포항공대 전산망에 침투,일부 자료를 파괴한 사건은 충격적이다.남의 자료를 훔쳐 보는 것 만으로도 죄가 되는데 애써 연구한 자료를 파괴하다니 정보화사회에서는 용서할 수 없는 범죄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범죄가자주 일어나는 것은 전산망의 보안 시스템이 취약한데다 정보도둑은 죄가 되지 않는다는 일종의 죄의식 박약증 때문이다.
정보화 사회의 근간이 되는 컴퓨터 전산망은 여러가지 유형(類型)의 위험에 부닥치게 돼 있다.고장이나 오류 등은 불가항력적위험이라 쳐도 이번 경우처럼 자료를 훔쳐가거나 파괴하는 경우는악의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산업 스파이나 적대 세력의 전산망 침투는 처음부터 범죄행위를 각오한 것이지만 남의 전산망 속을 휘젓고 다니는 해킹은 비록 호기심에서 출발했다해도 그 것 역시범죄로 끝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정보 시스템이 다기화(多岐化)될수록 이 것의 안전을 보장하는보안장치가 중요해진다.보안장치는 위험 억제기능을 강화하는데서 출발해 위험의 실현을 저지하는 방지기능으로 이어져야 한다.그러나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위험사실을 발견.기 록하고 통보하는 검출기능과 손해를 복원하는 회복기능을 완비해야만 비로소 정보 시스템의 안전이 확립된다.
정보화 사회의 초기 단계에서는 전산망의 확대에만 주력했지 보안 시스템 구축이라는 또 다른 과제는 등한히 하기 쉽다.그러나이번 사건은 정보망의 구축.확대 못지 않게 보안체제의 확립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고 있다.효과적인 보 안장치를 개발하는데 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이고,모든 크고 작은 데이터 베이스에 보안장치의 구축을 의무화하는 방법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몇몇 안되는 해커들을 처벌위주로 다루기에 앞서 해킹 방지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그들의 지혜를 동원해도 좋을 것이다.두뇌범죄는 두뇌로 막을 수밖에 없다.정보화시대에서는 정보기술과 정보보호 기술이 함께 가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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