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영화 재미없어-패키지로 사와 100% 방영조건에 걸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최근들어 시청자들 사이에서 『TV영화가 재미없다』는 소리가 높다.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일까.
한마디로 방송사들이 영화를 「패키지」로 사올 수밖에 없는 현실 때문이다.현재 방송사들은 전세계 20여개사로부터 영화를 사오고 있지만 아무래도 미국의 UIP.워너.컬럼비아.폭스.MGM.파라마운트.디즈니 등 7개 메이저사들에 치중하고 있다.
KBS 관계자는 『영상물의 경우 「파는 사람 위주의 시장」이어서 원하는 영화가 2~3편 있으면 7~8편을 함께 사야 하는형편이다.옛날에는 10편이상이었는데 그나마 나아진 것』이라며 『요즘은 아예 KBS용.MBC용.SBS용으로 나 눠주고 있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곁다리로 끼워서 들여온 영화들도 모두 방영해야 한다는데 있다.1백% 소화한다는 계약조건도 그렇거니와 만약 방영을 안할 경우 국정감사에 적발되기 때문이다.
현재 KBS가 국정감사를 매년 받고 있고 MBC도 올해부터 국정감사를 받게 된다.
저질 홍콩영화들이 늘어난 것도 이런 현상에 한몫하고 있다.
지금까지 TV방영이 불문율처럼 금지되다시피 해온 홍콩영화는 94년 가을 『판관 포청천』의 인기에 힘입어 개방되기 시작했다.그래도 초기에는 잘 알려진 작품위주였지만 최근들어 메이저들을흉내내 패키지로 묶어 팔고 있어 이런 문제를 심 화시키고 있다. 이에따라 방송사들은 수입선 다변화에 주력하고 있다.최근 KBS가 『거울왕국』『마법의 궁전』등 러시아 영화를 들여온 것과작고한 폴란드 키에슬롭스키 감독의 『블루』『레드』『화이트』시리즈를 시작하는 등 제3국 영화에 관심을 보이고 있 는 것은 그예다.
정형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