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오버여행>심포닉 탱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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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젊고 아리따운 아가씨가 시력을 잃은 중년남자의 마지막 여행 동반자가 돼 온 홀을 휘돌며 춤을 춘다.맹인의 연기를 실감나게보여준 알 파치노의 표정 위로 흐르는 음악,바로 탱고다.『포르우나 카베자』란 이름의 그 탱고곡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그래서 이 영화 『여인의 향기』에 이어 이례적으로 액션영화 『투르 라이즈』의 배경음악으로 연거푸 쓰이기도 했다.탱고를 어두컴컴한 환락가에서나 연출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아르헨티나 정부는 올해 탱고를 국보급 문화유산으로 지정했는데 이것은 탱고의 음악적 위상을 제대로 꿰뚫어 본 조치다.
탱고는 라틴아메리카가 낳은 정열의 화신이다.그 독특한 리듬의가닥에는 항구도시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비애와 탄식이 묻어있다.
어쩌면 이런 정서와 우리의 「한」(恨)은 서로 통할지도 모르겠다. 이 음반에서 부에노스 아이레스 5중주단은 탱고의 본질을 명료하게 짚어낸다.피아노.바이올린.베이스,그리고 아코디언 비슷한 민속악기인 반도네온은 탱고가 단순한 4분의 2박자의 하바네라와는 달리 맺고 끊고 당기는 묘미가 예사롭지 않음을 일깨워준다.이들을 뒷받침하는 로열필하모닉의 연주도 탁월하기 그지없다.
잘 알려진 『라 쿰파르시타』 보다는 『불의 키스』란 이름으로더 친숙한 『엘 초클로』나 현대작곡가 피아졸라의 『오브리비온』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음반평론가> 서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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