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박사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발전이 필수적이며, 그 역할을 선도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곳이 KAIST라는 확신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류 박사는 10여 년 전부터 국가 인재양성을 위해 재산을 기부하기로 마음먹고 기부 방법을 고민했다고 한다. 재단법인 설립 방안도 검토하고, 국내 유명 대학을 두루 방문하며 기부 대상을 물색하기도 했다. 그 결과 과학기술 전문 교육기관인 KAIST를 기부 기관으로 선정했다고 한다.
그가 내놓기로 한 재산은 ▶서울 중구 평동 7층 빌딩(500억원 상당) ▶경북 영양의 임야 33만3000㎡(40억원 상당) ▶아파트 한 채(14억원 상당) ▶벼루·불화 등 골동품 100여 점(24억원 상당) 등이다.
류 박사는 KAIST측과 부동산 활용방안에 대해서도 합의를 마쳤고 한다. 빌딩을 판 돈으로 행정중심복합도시(충남 연기)에 부지를 사들여 KAIST 세종캠퍼스를 세워 ‘KAIST 류근철 캠퍼스’라는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 경북 영양의 산에는 9만9000㎡ 규모로 과학유공자 묘역과 연구시설·휴양관 등을 짓기로 했다. 아파트는 KAIST 게스트 하우스(숙소)로 활용할 방침을 세웠다.
류 박사는 “이 재산을 기부하면 내게는 서울의 아파트 한 채만 남게 된다”라고 말했다. 1926년 충남 천안에서 태어난 그는 대한민국 1호 한의학 박사(76년·경희대)로 ▶경희대 의대 부교수 ▶경희 한방의료원 부원장 ▶한국한의사협회 초대 협회장 등을 지냈다. 동서의학중풍센터에서 뇌졸중 환자를 치료했다. 96년 4월 한의학자로는 처음으로 모스크바국립공대에서 의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충남 천안 천동초등학교에 1억5000만원을 기부해 다목적체육관·게이트볼장 등을 건립하기도 했다. 부인 박희정(77)씨와 2남3녀를 둔 그는 요즘도 1주일에 한 차례, 골프 18홀을 돌 정도로 건강한 편이다. 그는 “이번 기부가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국내 기부문화 발전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며 “과학 발전을 위해 여생을 바치고 싶다”라고 말했다.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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