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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승강기도 ‘홀짝제’ 해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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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요즘 관공서를 방문해 보면 실내온도가 외부온도와 크게 다르지 않고 오히려 더울 정도다. 모든 관공서의 내부온도를 27도 이상으로 조정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소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민간 아파트는 자율에만 맡겨놓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바로 그곳에 조금의 불편을 감수함으로써 연간 200억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서울에만 8943동, 전국적으로는 4만7774동의 아파트가 있다. 아파트 한 동당 1.5대의 승강기가 있다고 계산하면 대략 9만여 대가 가동 중인 셈이다. 10년 전인 1995년 조사 자료임을 감안하면 현재 운행 중인 아파트 승강기는 10만 대가 족히 넘을 것이다. 승강기 제조업계에 따르면 승강기를 격층 운행하면 약 23.6%의 전력절감 효과가 발생한다고 한다. 방법은 입주자 회의 등 주민 동의를 거쳐 모든 아파트 승강기를 격층 운행하는 것이다. 홀수 달은 홀수 층에만 정차하고 짝수 달에는 짝수 층에만 정차하도록 조정하면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15개 동에 28대의 승강기를 운행하는 우리 아파트의 지난 6월분 관리비 내역을 보면 승강기 전기료만 190여만원이다. 승강기 한 대를 기준으로 하면 7만원꼴로 격층 운행할 경우 우리 아파트 단지에서만 연간 500만원 이상의 비용과 에너지를 아낄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해 계산하면 95년 자료를 기준으로 해도 연간 200억원의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승강기 운행횟수 감소에 따른 유지·보수 비용 절감액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민간 아파트가 자발적으로 승강기 격층 운행에 동참할 수 있도록 정부는 언론과 함께 충분한 홍보와 계도를 해야 한다. 지금은 범국민적인 에너지 절약 운동이 필요한 때이기 때문이다.

김재학 드림소프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