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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 전 사장 자택에서 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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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연주 전 KBS 사장이 12일 검찰에 체포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를 KBS 사장직에서 해임시킨 지 하루 만이다.

정 전 사장은 서울 방배동 집에서 검찰 수사관에 의해 체포돼 이날 오후 5시쯤 서울중앙지검으로 왔다. 검찰은 취재진이 촬영하지 못하도록 검찰청사 지하 주차장을 통해 그를 조사실로 올려 보냈다. 정 전 사장은 기자들에게 “공영방송에 대한 위협이지만 (나에겐 힘이 없어) 조사를 피할 방법이 없다. 묵비권을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검사 박은석)는 1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정 전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정 전 사장이 계속 소환에 불응해 어쩔 수 없이 강제 수단을 동원했다”며 “조사할 내용이 많아 오늘은 귀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정 전 사장의 혐의가 구속영장을 청구할 만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조사가 끝나면 돌려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그를 48시간 동안 조사할 수 있다.

정 전 사장은 2006년 KBS가 국세청을 상대로 진행하던 법인세 환급 소송 항소심을 중단시켜 회사에 약 1900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를 받고 있다. KBS는 이 소송의 1심에서 승소해 2000억원대의 세금을 돌려받게 돼 있었으나 정 사장의 지시로 약 500억원을 받기로 국세청과 합의하고 소송을 취하했다. 이에 대해 정 사장이 일시적으로 회사 경영 상태가 좋은 것처럼 보이기 위해 합의금을 급하게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정 사장은 당시 이사회의 연임 결정을 앞둔 상태였다. 검찰은 조만간 정 전 사장을 불구속 기소할 방침이다.

정 전 사장은 최근 두 달 동안 다섯 차례에 걸친 검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정 전 사장의 변호를 맡고 있는 백승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회장은 이날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수사”라고 주장했다.

이상언·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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