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에 갇힌 아이들' 지자체서 보듬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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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소설 '키다리아저씨'를 읽어보셨나요. 고아인 주인공을 항상 편지로 격려하며 주인공이 훌륭하게 성장하도록 도와주지요. 저소득 결손가정 아이들에게는 물질보다 정서적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나눔의 집'에서 8년째 불우 어린이와의 결연 사업을 펼쳐온 김지선(41)사무국장이 이번에 '빅 브라더, 빅 시스터'프로그램을 노원구청에 신청한 이유다. 이 프로그램은 경제적 빈곤과 가정 결손으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과 자원봉사자들을 1대 1로 결연, 저소득 가정 아이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마들사회복지관이 마련한 '탈북 아동과 저소득 아동 사례 관리'도 비슷하다. 대상 아동의 범위를 북한에서 탈출한 뒤 이 땅에서 별다른 직업을 얻지 못한 부모를 둔 탈북 어린이들까지 넓혔다. 복지관 여수진(33)과장은 "학교에서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우리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성을 길러주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구청장 李祺載)가 저소득층 아동들의 교육 및 복지환경 개선을 위해 13개 프로그램을 선정, 이달 말부터 연간 2억원의 예산을 지원한다.

예산은 지난해부터 교육인적자원부가 '교육복지투자 우선사업'으로 시범 학교를 선정해 2억원씩 지원해 오던 것이다. 노원구는 이 사업이 학교에서뿐 아니라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하고 지역복지단체로부터 프로그램을 신청받아 교육부의 지원을 따냈다.

이에 따라 저소득층 자녀들은 각 단체에서 실시하는 방과 후 교실, 결식아동 야간급식, 각종 문화복지 프로그램 등에 무료로 참가할 수 있다.

13개 프로그램은 크게 학습.복지.정서 세 가지 영역으로 나뉜다. 우선 학습 분야에서는▶지역 저소득 청소년 지원 사업(마들주민회)▶학습부진.장애청소년 학습지원(상계사회복지관)▶비행예방 및 특기적성 프로그램(중계사회복지관)▶저소득.아동보육 및 교육지원-나이트케어(월계사회복지관)▶탈북아동과 저소득 아동사례관리(마들사회복지관) 등이 선정됐다.

복지 분야는▶중학생 진로교육을 위한 지역지원개발(청소년 자활지원관)▶결식아동 야간급식 지원(노원사회복지관)▶장애아동 통합교육 보조원 파견(구청 사회복지과)등이며, 정서 분야는 체험프로그램인▶멘토지원센터(월계사회복지관)▶불우청소년 체험프로그램(구청 가정복지과)▶'빅브라더, 빅시스터를 통한 결손아동(가정)지지 프로그램(노원 나눔의 집)▶어린이집 사회성 증진 프로그램 및 지능검사사업(구청 가정복지과) 등이 뽑혔다.

李구청장은 "그동안 사회단체 등에서 산발적으로 도움을 주었던 가난에 갇힌 어린이들을 지역.학교.시민단체가 연계해 체계적으로 실시하는 시범사업으로 의미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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