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엔 금빛 DNA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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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그들 몸에는 금메달의 피가 흐른다’.

부모로부터 탁월한 운동신경과 금메달을 향한 열정까지 이어받은 미국의 두 선수가 화제다. 나스티아 리우킨(18·여·체조·사진·左)과 테일러 피니(18·사이클·右)가 그들이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 각각 체조와 사이클 미국 대표로 출전한 두 선수는 공통점이 많다. 동갑내기인 데다 세계적인 운동선수였던 부모로부터 재능을 물려받았고 출전 종목도 부모와 같다.

리우킨의 부모는 옛 소련의 정상급 체조선수였다. 아버지 발레리 리우킨은 1988년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에서 철봉 금메달 등 총 네 개의 메달(금2·은2)을 따낸 다관왕이고, 어머니 안나 코체네바는 87년 리듬체조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리스트다.

부모는 리우킨을 낳은 후 생활고에 시달리다 92년 미국으로 이주했다. 텍사스주에 있는 세계올림픽체조아카데미(WOGA)에서 코치로 활동하기 시작한 두 사람은, 보육비가 없어 어린 딸을 직장인 체육관에 데려와 놀게 했다고 한다.

당시 세 살이었던 리우킨은 체육관에서 훈련받는 상급생들을 흉내내기 시작했는데 체조를 배운 적이 없는데도 놀라운 유연성과 재능을 보였다고 한다.

어머니 코체네바는 “훈련과 경쟁의 어려움을 잘 알기 때문에 처음에는 딸을 말리려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딸의 재능과 넘치는 열정을 알고 부모는 열렬한 후원자가 됐다. 아버지는 지금까지 그녀의 코치를 맡고 있다.

2002년부터 주니어 선수권대회에서 두각을 보인 리우킨은 이후 세계선수권대회 평균대·평행봉 등에서 모두 9개의 메달을 따내며 미국 체조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테일러 피니의 부모도 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신이다. 어머니 코니 카펜터 피니는 84년 LA 올림픽 사이클 도로 경기에서 금메달을, 아버지 데이비스 피니도 같은 대회 남자 도로 종목 동메달리스트다.

15세에 주니어 경주에 출전하기 시작한 피니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천재성을 과시라도 하듯 첫 해에만 30개의 경기에서 우승했다.

“얼마나 멋져요. 내 나이에 나보다 덩치 큰 어른들과 함께 겨룰 수 있다는 게 말이에요.”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피니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8월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이후 국가대표로 활약해 온 그는 베이징 올림픽 개인추발 경기에 출전한다.

송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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