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장학금분쟁 예산논쟁으로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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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성남시가 추진중인 「장학기금 3백억원 조성」의 정당성 여부를놓고 빚어진 오성수(吳誠洙)시장과 최순식(崔順植)부시장의 분쟁이 경기도와 기초지자체간의 분쟁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이인제(李仁濟)경기지사가 최근 시예산으로 대규모 장학기금을 조성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시정을 촉구하자 경기도내 31개 자치단체장들이 李지사의 발언은 지자체 고유권한인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발,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분쟁의 시말을 추적한다.
*장학기금 조성경위 「불우계층 학생을 돕기 위한 장학기금조성」은 6.27지방선거당시 吳시장이 내건 선거공약이었다.
당시 무소속으로 성남시장선거에 출마한 吳후보는 『불우계층 학생들에게 학업의 기회를 터주기 위해 당선되면 3백억원 규모의 장학금을 조성하겠다』는 선거공약을 발표했다.
때문에 吳시장은 민선시장에 당선되자 선거공약을 지키기 위해 지난해말 96년도 예산편성시 과거 자신이 관선시장 재임때(90~92년)이미 조성해놓은 1백억원외에 2백억원을 추가로 편성,기금규모를 총 3백억원으로 늘렸다.
추가편성한 2백억원은 성남시 전체예산의 8.7%에 해당한다.
이 기금을 은행에 예치시켜 받게되는 연이자 36억~37억원으로매년 한차례씩 장학금을 지급한다는 것이 吳시장의 사업계획이었다. 이 예산편성안은 당시 성남시의회의 상임위.예결위의 심의를 거쳐 본회의에서 통과된 것이다.때문에 법적인 절차에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것이 성남시의 입장.
이에따라 성남시는 올들어 4천5백36명의 장학금 지급대상자를선발,지난 15일 이들에게 37억7천6백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키로 했었다.
*분쟁의 발단 장학기금조성을 둘러싼 분쟁은 지난 12일 崔부시장이 「장학생선발 심의위원회」회의주재를 거부하면서 비롯됐다.
장학금지급 예정일을 3일 앞둔 이날 崔부시장은 『성남시의 재정형편을 무시한 무리한 장학사업을 반대한다』며 회의주재를 거부하고 나선 것.崔부시장은 예산안 편성부터 의회에서 통과되기까지의원들을 설득하는등 장학금 예산확보에 앞장서왔으 나 갑자기 태도를 바꿔 吳시장의 정책에 반기를 들고나선 것이다.이에따라 분쟁이 표면화되자 경기도와 내무부가 개입,문제가 확산됐다.
경기도는 지난 13일 『이미 조성된 1백억원의 장학기금외에 96년도에 추가로 2백억원을 편성하는 것은 시의 재정규모나 재정구조및 타 시.군과 비교할 때 과다한 편성일 뿐 아니라 투자의 우선순위와 형평성에 어긋나는 부적절한 재정운용 』이라고 지적,吳시장에게 시정권고조치를 내렸다.
李지사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선거로 자치단체장을 선출한 것은 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해 주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라는 의무도 내재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吳시장도 16일 기자회견을 갖고 『장학금 조성은 시가 시의회의 승인을 거쳐 주민 복지증진과 청소년 선도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특색 사업인 데도 崔부시장이 이를 반대하는 것은 시장에 대한 견제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崔부시장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吳시장은 또 『도의 시정권고는 성남시의 파산이 우려될 때나 내리는 것이지 재정이 탄탄한 상황에서 시정권고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예산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기금을 조성,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돕겠다는 데 경기도가 개입하는 것은 월권행위』라고 주장했다.
한편 시는 장학기금 조성과 관련,물의가 계속되자 16일 실내체육관에서 갖기로했던 장학금전달식을 무기연기했다.
*단체장 반발 吳시장을 포함한 경기도내 31개 단체장들은 경기도의 개입은 『지자체의 고유권한인 예산편성권에 대한 침해』라면서 크게 반발,성남시와 연대해 맞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도내 31개 단체장들은 15일 오후 안산시에서 모임을 갖고 『사태의 추이를 지켜본 후 공동대처한다』는 의견에 합의했다.
한편 장학금 수혜자 학부모들도 이같은 분쟁으로 장학금지급이 지연되자 15일 오후 부시장의 사과 및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열었다. 학부모 50여명은 이날 오후3시 시청앞 광장에 모여 대형 플래카드를 흔들며 『장학기금 확대 조성을 반대하는 崔부시장은 사과.해명하고 사퇴할 것』『吳시장 공약의 하나인 3백억원장학금 조성을 반대하는 이유를 밝힐 것』등을 요구했다.
*배경 이번 분쟁에는 吳시장과 崔부시장간의 개인적인 갈등이 작용했다는 것이 시청 주변의 지적이다.崔부시장은 경기도보사국장.기획관리실장과 오산.안산시장등 경기도내 요직을 지낸 인물이어서 민선시장인 吳시장의 지휘를 받는 성남시부시장으로 부임하 면서부터 吳시장과의 갈등은 예견돼왔다는 것이다.
崔부시장은 지방선거직후 인사때 수원시부시장을 희망했고 吳시장도 崔부시장을 원하지 않았다는 후문.
이같은 인간관계와 기존 관료조직원으로서의 견제심리가 분쟁의 요인이 되지 않았는가하는 분석이다.
또 성남시출신 여당 A의원과 吳시장의 묘한 대립관계도 이번 분쟁에 한몫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吳시장이 무소속으로 당선된 후 장학사업등 의욕적인 사업을 펼치자 吳시장과 불편한 관계인 A의원이 이를 『다음선거에 대비한선심성사업』으로 간주하고 견제하려는 심리가 작용,분쟁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 吳시장 측근의 설명이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李지사가 장학사업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선것도 같은 맥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이에대해 崔부시장은개인적인 사감으로 시장을 헐뜯거나 모함하기위해 장학사업을 반대한 것은 결코 아니라면서 『시전체예산에 비해 자 금규모가 너무큰데다 吳시장 홍보에 치우친 감이 있어 반대했다』고 말했다.
조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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