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오찬 불참한 김윤환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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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신한국당 김윤환(金潤煥)대표가 13일 낮 청와대에서 김영삼(金泳三)대통령 주재로 열린 오찬에 불참했다.예사로운 불참이 아닌 것같아 말이 많다.
총선 자축행사에 당대표가 모습을 안보였기 때문이다.더군다나 선약 등을 이유로 댔다는게 뭔가 어색하다.
측근들은 굳이 「지구당 일정때문」이라고 해명했다.『고향 사람들이 이제 올라가면 언제 오겠느냐며 자꾸 남으라고 한다』는 것이다.선약도 네군데나 있다는 것이다.이같은 이유를 들어 金대표는 13일 오전 윤원중(尹源重)비서실장을 통해 이 원종(李源宗)청와대 정무수석에게 불참의사를 밝히고 양해를 구했다.
대통령이 부르면 어디든 달려가야 하는게 여권 인사들의 불문율이다.金대표는 그것을 지키지 않았다.
때문에 金대표가 뭔가 「메시지」를 전하려는게 아니냐는 관측이나온다.그런 정황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金대표측에선 『대구.경북지역에서 예상보다 의석을 못얻었다.수도권의 선전이 없었으면 완패할 뻔했다』는 당의 시각에 대해 매우 불쾌해하고 있다.『현지 정서를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다.그만큼이나마 선전한 것도 얼마나 어려웠는지 아느냐』 는 것이다.
그런데 당내 일각에선 『다른 지역에서 허주(虛舟.김윤환대표)가우겨 공천한 사람들이 우수수 떨어졌다.고집만 안부렸어도 대승을거둘 수 있었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런가하면 민주계쪽에선 『당 대표는 차기 대권주자가 아니라 공정한 관리를 할 수 있는 인사가 돼야한다』는 얘기를 슬슬 흘리고 다닌다.
金대표측에선 결국 「허주 흔들기」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판단할만하다.청와대 오찬 불참은 불편한 심기의 표현인지도 모른다.『도대체 나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밝혀달라』는 시위를 했다는 말이다. 金대표는 일단 공을 상대방 코트에 넘겼기 때문에 어떤 반응이 나올지 예의 주시할 것이다.그런뒤 자신의 행동을 결정할것으로 보인다.
金대표가 상경해 처음 주재할 15일의 고위 당직자회의때는 그의 결정이 어떻게 내려졌는지가 어슴푸레하게나마 비쳐질 것이다.
경우에 따라 폭탄선언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그는 공천때도 『당무회의를 주재하지 않겠다』며 배수진을 쳤던 일이 있다. 그러나 金대통령으로선 정말 어렵게 얻은 총선승리에 벌써부터 흠집이 가게 하고싶지는 않을 것이다.따라서 어떤 식으로든 「달래기」를 하지 않겠느냐는게 당내 분석이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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