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팅中年>3.발명가 황소현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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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산업혁명시대의 발명가들은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낸 사람들이었다.하지만 없는 게 없는 현대사회에서 발명가란 「100」에 「알파」를 더해 「200」을 만드는 「아이디어 맨」이라는설명이 더 어울린다.
『발명은 결코 거창한 작업이 아닙니다.생활주변의 불편함을 집요하게 개선하려는 의지와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발명가가 될수 있지요.』 48세에 우연히 발명가의 길에 들어선지 3년.지금은 한국여성발명가협회장직까지 맡고 있는 주부 황소현(黃素賢.
51)씨는 『특히 차분하게 사물을 관찰할 줄 아는 여성이라면 꼭 한번 도전해보라』고 권한다.고달픈 직장생활을 할 필요도 없고,아이 키우고 살림하면서 아이디어만 있으면 경제활동으로도 연결되는 「생활속의 발명」활동이야말로 21세기형 주부직업이 아니겠느냐는 게 그의 발명 예찬론.
그런 黃씨도 3년전까지는 평생 발명에 몰두해온 남편(金成根.
51)의 충실한 내조자일 뿐이었다.1남3녀가 어느정도 큰 다음전공과 무관하게 자그마한 음악학원을 몇년간 운영해본 것이 사회활동의 전부.
『20년 넘게 남편이 무언가 매일 뚝딱거리는 것을 보면서도 제자신이 그런 일을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한번도 못했어요.
발명은 왠지 거창한 것이어야 한다는 선입견 때문이었지요.』 발명가로의 변신은 스쳐지나가듯 한순간에 이뤄졌다.콘센트에 꽉 끼어 잘 안빠지는 200볼트용 플러그를 좀 더 쉽게 빠지게 할 수 없을까,남편에게 불평했던 것.남편은 당신이 직접 고안해보라고 부추겼다.그 결과 탄생한 것이 현재 상품으 로 나와있는 「파워 플러그」.전기접속부위와 손잡이에 지렛대 원리를 응용한 고리를 부착,기존의 3분의1 정도만 힘을 주면 쉽게 빠지도록 한것이다.이를 계기로 여성 발명가들과 어울리게 된 그는 그들과의만남을 『영혼에 스파크가 왔다』 고 표현한다.
『평범하기 이를데 없는 여성들이 한순간의 발상전환으로 멋진 발명품을 내놓는 것을 보고 「아이고 나는 그동안 헛살았구나」하고 땅을 쳤지요.』 첫 작품이었던 「파워 플러그」를 한단계 발전시킨 「플러그 자동인출 콘센트」로 지난해 4월 「95스위스 제네바 국제발명전」에서 은상을 받기도 한 黃씨는 현재 개인활동보다 협회 일에 더 힘을 쏟고 있다.
『여성들은 무엇보다 정보에 어두워요.아이디어를 출원하고 특허를 내는 과정 등이 그렇게 어려운 것만은 아닌데 현재 우리나라전체 특허출원의 여성비율이 3%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전화수화기에 붙여 세균 서식을 막아주는 「폰 패드」,망사처럼 생겨 다릴 옷이 보이게 만든 다리미 시트,아이들이 바꿔 신지 않도록 좌우 무늬가 다른 운동화 등이 그가 소개하는 회원 발명가들의 히트상품들.발명품이 없는 여성도 얼마든지 협회원으로 환영한다며 「혼자 끙끙매는 것보다 실제 활동하는 사람들과 접촉해 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하는 黃씨.여성들의 발명 활동을 북돋우기 위해 올 한햇동안 「모자(母子)발명교실」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힌다.
이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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