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정가 세대교체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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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민주화 7년째.동유럽 정치 무대에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30,40대 젊은 정치인들의 맹활약은 공산주의 시절 60,70대 원로들의 정치 스타일과 사뭇 대조적이다.
지난해 폴란드 대통령선거에서 레흐 바웬사를 누르고 당선된 알렉산데르 크바스니에프스키(41),불가리아의 샨 비데노프(37)총리,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32)자유당 당수,루마니아의 페트르 로만(49) 민주당 당수겸 대통령 후보 등이 대표적인 정치신예들이다.
이들은 달변에다 매우 박력있고,교육을 제대로 받았다는 공통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공산주의 원로 정치가들이 공산당 아카데미에서 수련을 받은 데 비해 젊은 정치인들은 정통 서방 학문을 배웠고 영어.불어 등 서방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
로만은 프랑스 툴루즈에서 공학을,보스니아의 무하메드 새시르비(40)전외무장관은 뉴욕에서 법률학을 전공했다.
이들은 정치가가 되기전 변호사나 법률학자.기업가 등 전문가 경력을 쌓았다.
이같은 교육 배경과 전문직 경험 때문에 이들은 시장 경제와 사유화(私有化),대(對)서방 개방에 매우 적극적이다.원로 세대보다 훨씬 실용주의적이고 평화 지향적이기도 하다.
비데노프는 민족주의자들이 반역자라고 비난하는 데도 불구하고 그리스와의 적대 관계를 청산하겠다고 공표했다.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의 보리스 넴초프(36) 주지사는 옐친 대통령의 대 체첸 전쟁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폈다.
아직 동유럽에는 크로아티아의 프라뇨 투지만(73)대통령,루마니아의 이온 일리에스쿠(66) 대통령 등 원로 정치가 그룹들이활동하고 있긴 하다.하지만 이들 원로가 정치를 주도하고 민주화를 정착시키는 활력소 역할을 하는 젊은 정치 엘 리트들과 대적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베를린=한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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