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장애인 복지는 부담 아닌 당연한 의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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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2000년 11월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가수 강원래씨는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고 누누이 강조한다. 강씨뿐 아니라 국내 장애인 열 명 중 아홉 명은 불의의 사고나 질병으로 인한 후천성 장애인이다. ‘장애는 남의 일’이라 여기는 우리 사회의 인식이 달라져야 하는 이유다.

장애인의 사회 참여를 활성화하고 복지·교육 혜택을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정부의 ‘장애인 정책 발전 5개년 계획’은 그런 차원에서 반갑다. 6일 발표된 이 계획엔 그간 장애인들이 꾸준히 요구해온 숙원들이 상당수 포함됐다. 예컨대 취업을 통한 경증 장애인의 자활을 위해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의무고용률을 현행 2%에서 3%로 올릴 계획이다. 취업이 어려운 중증 장애인에겐 기초연금제도를 도입해 생계를 보호해 주는 한편 방문 간호·목욕 등 요양 서비스도 제공한다. 20년간 한 번도 손댄 적이 없는 장애인 판정 체계 역시 선진국형으로 손볼 예정이다. 의사 외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근로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장애등급을 정하고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해주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 계획이 실행되기까진 적잖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연금·요양 제도 등으로 예산 확충이 불가피한데 그것부터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데 ‘남의 일’에 세금 많이 쓰자는 걸 예산 관련 부처나 국민이 반길 턱이 없다. 그러나 장애는 언제든 나와 내 가족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장애인들이 편견과 차별 대신 배려와 존중을 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바로 선진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다. 관련 예산을 늘리는 데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하나의 인권 문제요, 공동체 책임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장애아 자녀 때문에 미국 등 선진국으로 이민 가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 참고로 2006년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인 복지예산은 국내총생산(GDP)의 0.2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5%)에 크게 못 미친다.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까진 아직 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