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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율 9.3% 수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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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우리나라의 이혼율은 47.7%인가, 9.3%인가'-.

법원행정처는 지난 1월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부부 11쌍 중 한쌍이 이혼(9.3%)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는 법원행정처가 자체 개발한 '호적 정보 시스템'을 활용, 특정 연도까지 누적된 결혼 횟수와 이혼 횟수를 비교한 결과다. 지금까지 이혼율은 한 해 동안 이뤄진 결혼과 이혼 건수를 단순 비교하거나 나이와 상관없이 총인구에 이혼 건수를 대비하는 방식으로 산정해 왔다. 이 때문에 최근 일부 언론사에선 한 대학연구소의 연구 결과를 인용, "지난해 부부 두쌍 중 한쌍꼴(47.7%)로 이혼했다"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혼란스러운 계산법=지금까지 국내에서는 크게 두가지 방식을 사용해왔다. 우선 특정 연도에 이뤄진 혼인 및 이혼 건수를 단순 비교하는 것이다. 2002년 결혼한 부부 수(30만6600쌍)와 같은 해 이혼한 부부 수(14만5300쌍)를 비교하면 이혼율은 47.4%나 된다. 두쌍 중 한쌍이 이혼한다는 주장의 배경이다.

법원행정처는 "이 경우 결혼은 2002년을 기준으로 한 반면 이혼에는 해당 연도 이전에 결혼한 뒤 이혼한 부부까지 포함하는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해 동안 결혼한 모든 부부의 절반이 이혼한다는 식으로 오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혼 인구가 급격히 줄어든 특정 연도에는 이혼율이 100%를 넘는 계산이 나올 수 있다.

둘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부분과 우리나라 통계청이 사용하는 방식이다. 한 해 발생한 이혼 건수를 인구 1000명으로 나눈 '조(粗)이혼율'(Crude Divorce Rate.단위는 천분율인 ‰)이다. 우리나라는 2002년의 경우 인구 4700만명에 이혼 건수가 14만5300건으로 조이혼율이 3(1000명당 3건)이다.

통계청은 이를 근거로 우리나라의 조이혼율이 같은 해 미국(4)보다는 낮지만 스웨덴.일본 등과 비교할 때 OECD 국가 내에서도 매우 높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혼율 산정의 기준이 된 1000명 안에 결혼과는 무관한 15세 이하의 아동까지 포함하고 있어 정확한 통계라고 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다.

또 외국의 경우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동거 부부'가 이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것도 단점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조이혼율의 용어 자체에 '조잡하다'는 의미가 포함될 정도로 이 같은 계산법에 문제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실성 있는 통계 방법 필요"=법원은 특정 시점까지 결혼 경력자가 결혼한 횟수와 이혼 경력자가 이혼한 횟수를 비교, 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에 따르면 현 인구 중 혼인 경력자의 총혼인 횟수는 지난 1월 기준으로 2815만6459건이고, 총이혼 횟수는 262만3659건이다. 이를 백분율로 계산하면 9.3%로 결혼한 부부 11쌍 중 약 한쌍이 이혼한 셈이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이혼율에 관한 정확한 통계 수치를 통해 국민의 혼란을 해소하고, 특히 이혼에 관한 심리적 동요 현상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새로운 이혼율 계산법을 내놓은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통계청과 보건복지부 측은 "결혼 경력자 전체를 대상으로 한 누적 통계여서 최근의 경향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고, 외국과의 비교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정부의 공식 통계로 삼기에는 어렵다는 것이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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