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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보면 바로 멈춰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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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 19일 대구시 수성구 대구종합복지관에서 김현동 K.S택시 사업부장이 장애인을 휠체어 리프트가 설치된 9인승 승합차에 태우고 있다. [대구=조문규 기자]

평소 장애인에게 택시 요금의 50%를 깎아주고 장애인의 날에는 무료로 운행하는 택시회사가 있다. 77대의 택시를 보유한 대구의 K.S택시㈜.

이 회사는 올해도 장애인의 날인 20일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길거리에서 택시를 잡아타는 장애인에게는 요금을 한푼도 받지 않는다. 회사 콜센터(전화 053-762-0762)에 전화해 택시를 이용하는 장애인에게는 50%를 깎아준다.

이 회사는 1997년 9월 설립 당시부터 8년째 줄곧 장애인 우대 정책을 펴왔다. 장애인과 70세 이상 노인이 길거리에서 택시를 타면 50%를, 콜택시를 이용할 때는 10%를 할인해준다. 50% 할인혜택을 받는 장애인은 한달 평균 100여명, 연간 1200여명에 이른다.

이 회사가 장애인을 배려하는 것은 김인남(金仁男.54)사장 때문이다. 90년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절친한 친구에게서 "이동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는 장애인을 돕기로 마음먹었다.

金사장은 기업체 임원에서 퇴직한 뒤 퇴직금과 약사인 부인이 보탠 돈으로 일신운수㈜를 인수한 뒤 곧바로 '사랑의 실천'에 들어갔다. 장애인에게는 무조건 요금의 절반을 깎아주기로 한 것이다.

장애인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콜택시를 이용한 고객이 하루 400여명이나 됐다. 그러나 회사 수입은 뚝 떨어졌고 3개월 만에 부도위기에 몰렸다. 金사장은 어쩔 수 없이 장애인 50% 할인정책은 계속하면서 콜택시 이용 할인율은 50%에서 10%로 줄였다.

그는 2001년 2월부터 9인승 장애인 전용택시를 한 대 운행하고 있다. 스타렉스를 개조한 것으로 휠체어에 앉은 채 뒷문으로 탈 수 있게 리프트를 설치한 것이다. 안전벨트와 휠체어 고정장치가 있어 장애인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다. 요금은 일반택시와 같다.

그는 틈날 때마다 '친절(kindness)과 안전(safety)'으로 고객을 모실 것을 기사들에게 강조한다. 회사 이름도 두가지 덕목의 머리글자에서 따왔다.

金사장은 "수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뿐"이라며 "정부가 연료비를 지원해주면 무료택시를 더 늘릴 수 있을텐데…"라며 안타까워 했다.

대구=황선윤 기자<suyohwa@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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