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버스추락사고 물 잠긴 버스에서 "살려달라" 아우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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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급커브의 오르막길을 달리던 「광란의 버스」는 눈깜짝할 사이에강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낭떠러지 위를 굴렀다.구르는 버스 속에서 아우성치던 하교길의 중.고교생 등 승객 일부는 차창 밖으로 퉁겨 나와 피투성이가 된채 뒹굴었다.버스는 바위투성이의 낭떠러지 위를 곡예하듯 곤두박질치다 강물 속으로 잠겼다.버스와 함께 물에 잠긴 승객들은 깨진 유리창 틈으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치다 질식해 하나 둘 숨져갔다.낭떠러지 곳곳에 얼룩진 검붉은핏자국과 흐트러진 책가방.옷가지 등은 참혹했던 사고순간을 말해주고 있었다.
◇사고 순간=사고버스 운전사 김성환(35)씨가 하교길 학생들과 양평 5일장을 보고 귀가하던 주민 등 승객 60여명을 태우고 양평읍터미널을 출발한 것은 오후 5시.남한강변의 S자 커브길을 따라 과속으로 질주하던 버스는 사고 지점 직 전 30도 경사의 오르막길을 숨가쁘게 오르다 급커브에서 갑자기 우측 가드레일 4개를 들이 받고 50~60 길이의 낭떠러지로 추락했다.
상처를 입고 양평길병원에 입원중인 김현정(17.학생)양은 『급커브길을 올라가던 버스가 중앙선을 침범했다가 핸들을 급히 돌리는 순간 차체가 한쪽으로 기울면서 낭떠러지로 추락했다』고 말했다. 사망자중 변세중(5)군은 어머니 조영숙(36)씨와 함께양평장을 보고 귀가하다 변을 당했다.부상해 양평길병원에 입원중인 어머니 조씨는 맏아들의 사망사실도 모른채『아들을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보온밥통과 신발을 사주러 양평에 나갔다』 면서 『아이가 어디에 있느냐』고 애타게 찾아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구조=신고를 받고 출동한 이천소방서 직원들이 현장에 도착해구조를 시작한 것은 사고발생 15분 뒤인 오후 5시30분.이규호(38)소방사는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일부 승객들은 차체가 3분의 2쯤 물에 잠긴 버스의 차창으로 손을 내 밀며 「살려달라」고 아우성치고 있었다』고 말했다.잠수부 10여명이 오후 6시30분부터 물속에 들어가 실종자 수색작업을 벌였으나 수심이 6로 깊은 데다 날이 어두워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
◇사고 원인=경찰은 승객들이 운전사 金씨가 급커브길을 올라가는 순간 중앙선을 침범했다고 진술하고 있는데다 사고지점 2차선우측도로에 급브레이크를 밟으면서 바퀴가 미끄러진 자국이 선명하게 나있는 점을 들어 운전사가 졸음 운전을 하다 중앙선을 침범해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점=사고가 난 지점의 도로가 경사 30도 가량의 가파른오르막인데다 급커브길이어서 도로변 남한강으로 추락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데도 운전사들이 배차시간 등에 쫓겨 과속질주를 일삼고 있다.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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