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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물 맛봤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드디어 물을 찾았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화성 탐사로봇 피닉스가 채취한 흙 표본에서 물을 얻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화성에 물이 존재한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여러 차례 발견됐지만 직접 물을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AP통신은 피닉스의 열·방출가스 분석팀 수석 과학자 윌리엄 보인턴(애리조나대) 교수가 수사적으로 “우리는 마침내 화성의 물을 만졌고 맛봤다”고 외치면서 역사적 발견을 축하했다고 전했다.

화성의 물은 우연히 발견됐다. 당초 NASA의 과학자들은 피닉스의 로봇 팔을 이용해 얼음이 많이 섞인 흙을 채취한 뒤 오븐에 넣고 가열해 물을 얻으려 했다.

하지만 두 번에 걸친 시도는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그래서 대신 일반 흙을 채취해 가열했는데, 이 표본에 약간의 얼음이 섞여 있었고 이것이 0도에 녹으면서 물 분자를 내놨다는 것이다. 화성에 있는 얼음은 이산화탄소가 결빙된 것과 물로 된 얼음 두 종류다.

NASA는 이번 발견으로 당초 3개월로 한정했던 피닉스의 활동 기간을 5주 더 연장키로 했다. ‘찬장(cupboard)’과 ‘네버랜드(neverland)’로 명명된 도랑 두 개를 추가로 파고 표본 분석을 할 예정이다. 연구 방향도 단순히 물을 찾는 데서 과거 화성이 생명체가 살 만한 곳이었는지, 또 미래에 살 수 있을 곳인지를 탐사하는 쪽으로 바꾸기로 했다.

피닉스는 5월 26일(한국시간) 화성 북극권에 착륙했다. 생명체에 필수적인 유기화합물과 물의 존재를 탐사하면서 다양한 실험 데이터와 사진을 지구로 전송해 왔다.

2004년 스피리트·오퍼튜니티가 착륙한 적도 지역과 달리 피닉스의 착륙 지역은 겨울엔 태양열 발전이 힘들어 9월 30일 활동을 중지할 예정이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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