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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예술 활성화될수록 기존 공연문화도 살찔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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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호 05면

공연장의 틀을 깨고 야외와 거리가 주무대가 됐을 때, 도시는 새로운 풍경으로 다가온다. 안산국제거리극축제(4월)·춘천마임축제(5월)·양평세계야외공연축제(8월)·과천한마당축제(9월) 등 지자체들이 앞다퉈 거리 축제에 힘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중 올해 12회째를 맞는 과천한마당축제(예술감독 임수택)는 도심 공간을 매개로 하는 거리극을 성공적으로 소개하고 있는 사례로 꼽힌다.

-‘과천한마당축제’ 조동희 기획실장

2005년부터 축제 실무를 맡으며 웹진 ‘거리예술’을 발간해 온 조동희(사진) 기획실장은 “단순히 실내 공연을 바깥으로 내오는 것을 넘어서 거리 예술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다채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실장은 특히 거리극에 대해선 국내 이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거리에서 하기 때문에 거리극이 아니라 거리에서 태동했기 때문에 거리극이라는 설명이다. 이때 거리는 공간적 개념보다 ‘제도권 바깥’의 의미가 크다.

“프랑스에서 68혁명 이후 활성화된 거리극은 관습적인 것에 저항하려는 문화예술운동이었죠. 지금도 정형화된 장르라기보다 계속 틀을 깨나가는 실험성이 돋보여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공연이기에 관객과의 소통이 가장 중시되고요.”

예컨대 지난해 축제에선 과천 중앙로를 통제하고 퍼레이드극 ‘요하네스버그의 골목길’을 펼쳤다. 축제 안에서 허용되는 ‘일탈’에 시민들은 흠뻑 젖어 들었다. 일종의 월드컵 응원전과도 비슷한 쾌감이다.

“거리 공연은 소외계층을 찾아가는 것과는 다르답니다. 오히려 기존 공연문화에선 상시로 드나드는 층이 소수이고, 절대 다수가 소외돼 있죠. 하지만 거리극에선 성별·학력·소득에 관계없이 그야말로 모든 행인이 관객이 될 수 있죠. 이런 체험이 풍성해질수록 공연문화에 참여할 수 있는 층이 넓어지리라 봅니다.”

오는 9월 23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과천한마당축제엔 수십 개의 드럼통을 거리에 굴리는 ‘야영’ 등의 작품으로 이름난 프랑스 거리극단 ‘제네릭 바푀’ 등이 초청됐다. 공원 벤치와 길 등을 돌아다니며 무정형의 무대를 창조하는 거리극이 궁금하다면, 9월 과천으로 가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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