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新정보통신시대 회사원P씨의 하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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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2010년 3월 어느날 오전 6시,A사 기획부장 P씨는 자명종소리에 눈을 떴다.부산 출장을 가기 위해 전날 맞춰놓은 시계가 정확히 울렸다.
10년간에 걸쳐 정부가 추진해온 부산첨단과학기술단지의 완공을앞두고 주관사로서 마지막 점검을 하기 위해서다.부산에서는 정부및 시 관계자,업계대표들을 만나기로 돼 있다.P씨는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밤새 들어온 전자신문 카피를 본다 .일본정부가 지난 85~95년 10년간 추진했던 테크노폴리스의 후속사업으로 최근 시작한,일본전역을 첨단단지로 연결하는 전국토 테크노벨트사업 관련 내용이 실려 있다.리모컨으로 전자신문 단말을 켜고 테크노벨트에 관한 상세한 내용을 알려 달라고 음성입력했다.
P씨는 옷을 챙겨 입고 주차장에서 차를 탔다.얼마전 구입한 2천㏄급 「슈퍼에코」는 무공해.무소음 전기자동차로 리튬.염소전지를 사용하며 최고시속 2백㎞를 낼 수 있다.
몇 년전 경기도양수리 근처에 마련한 전원주택은 옥상에 출력 10㎾의 태양전지패널이 설치돼 있다.여기서 발전된 전력이 가정용 축전지는 물론 자동차의 재충전에도 들어간다.
슈퍼에코는 주행시에도 거의 소음이 없다.3년전부터 서울.경기일원의 운행은 전기자동차만 허용된다고 법으로 정해 놨다.
자동차에 탑재된 지구위치확인시스템(GPS)을 갖춘 네비게이션(길안내)장치는 도로정보시스템으로부터 송신을 받아 최단시간내에갈 수 있는 루트를 선택하고 플라스마 디스플레이에 그것을 그림과 음성으로 나타내 준다.
집에서 나온 지 40분후에 서울역의 고속전철터미널에 도착했다.무인운반주차장에 차를 넣고 8시30분발 열차를 탔다.
휴대용 마이크로디스크를 꺼내 이어폰을 꽂았다.직경 5㎝의 디스크에 5시간의 디지털사운드가 수록돼 있다.17년전의 미니디스크는 75분밖에 안됐었다.
열차가 출발한지 얼마 안돼 막 여행분위기에 빠져들 무렵 서류가방의 발광다이오드(LED)가 반짝댄다.그 안에는 인텔리전트 퍼스널정보단말기(IPT)가 들어있다.차내에서의 음성교신은 다른승객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문자표시로 나오도 록 스위치를 돌려 놨다.디스플레이를 보니 출장자료를 더 챙겨 보라는 본사로부터의 지시사항이었다.
P씨는 데이터송신 명령을 내리고 동시에 다른 채널로 그룹의 경제연구소에 설치된 초전도(超傳導)컴퓨터를 불러 각종 도표 및자료를 꺼내면서 IPT에 탑재된 슈퍼마이크로컴퓨터를 작동해 부산지역의 경제및 첨단업체 동향보고서를 작성했다.
열차는 어느새 부산역에 닿았다.
그의 부인은 최근 고령화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자원봉사활동에 나섰다.병원과 환자집을 연결하는 비디오응답시스템(VRS)이개발돼 자원봉사가 훨씬 쉬워졌다.부인은 이외에 시청자도 참여할수 있는 쌍방향 CATV 로 취미.교양오락프로 그램을 즐기고 있다. 외출해도 아이들 간식이나 식사에 문제가 없다.휴대전화겸리모트컨트롤러로 자택의 홈일렉트로닉스를 원격조작해 조리기와 커피메이커를 작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키친디스플레이에 메시지를표시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전에는 학원에가서 공부를 했지만 지금은 퍼스널교육머신과 위성학습강좌시대다.
일본의 저명한 기술평론가 아오야기 다모츠(靑柳全)는 『멀티미디어가 몰고올 2010년의 세계』에서 미래 통신의 생활상을 이렇게 내다봤다.정보통신기술은 지금 지구전체를 공명(共鳴)시키면서 생활의 동시성.동질성을 선도하고 있다.
곽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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