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PC통신토론방>결혼의 조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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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김병희(61203:여.기혼.전업주부) 박치완(DKATCHI:남.기혼.한의사) 이경자(leegoung:여.기혼.전업주부) 박정욱(myrten:여.기혼.전업주부) 박충호(choongho:남.미혼.프로그래머) 이경희(Company:여.미혼.한남대 법학과 4년) 김상진(WAWOO:남.미혼.명지대 컴퓨터공학과 4년) *진행.정리:고규홍(sky60:중앙일보 독자팀 기자) *접속망:하이텔 중앙일보 대화방(go JANEWS) -바야흐로결혼의 계절입니다.오늘 토론의 주제는 「결혼의 조건」입니다.
▶이경희=저는 4월중 결혼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예비신부인데 결혼에 가장 중요한 조건은 서로를 얼마나 이해하느냐는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김상진=아직 구체적으로 결혼에 대해 생각해 보지는 않았지만「사랑」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을 수 없겠지요.
▶박충호=저는 이번 봄에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가 몇가지 의견이 엇갈리는 바람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저는 프리랜서 프로그래머로서 수입이 불안정하거든요.그런데 신부 집안에서 취직을 강요했어요.그러나 제가 하고자 하는 일을 버릴 수가 없었고 여자와의 사이도 점점 벌어지는듯해 결혼을 포기하게 됐습니다.이같은 경험으로 저는 배우자가 될 사람의 첫째 조건이 상대방의 직업에대한 이해라고 생각합니다.
▶박치완=결혼은 행복하기 위해 하는 일입니다.여자의 행복은 안정적 수입으로 평안한 살림을 유지하는 것이죠.배우자의 경제적안정성을 생각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그와 함께 상대방의 직업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겠지요.
▶김병희=순간적인 열정에 의해 이루어지는 사랑이 아니라 상대방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그가 하는 일까지 사랑하게 되는 것 아닐까요.
▶이경자=저는 결혼한지 10년 가까이 되는데 처음엔 결혼에 아무런 조건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살다보니 따질 것은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경희=가장 이상적인 배우자는 상대방을 사랑으로 감싸고 가족 안에서도 훌륭한 구성원이 될 수 있는 사람이겠지요.
▶박치완=한의대 시절 여대생들과 미팅해보면 한의사라는 직업의전망에 관심이 많더군요.한의사가 과연 경제적으로 안정될 것인가아닌가에 초점을 맞춘 관심이겠지요.
▶이경희=그런 경우는 일부겠지요.결혼을 일종의 상행위나 계약따위로 생각하는 부류들의 경우가 될 것입니다.
▶박충호=추구하는 미래와 가치관이 비슷하다면 좋은 경우가 되겠지요.또 현실적 측면에서 취미가 같거나 직업이 서로 연관성이있다면 더욱 좋겠지요.
▶김상진=요즘 젊은이들 가운데엔 「연애 따로 결혼 따로」라고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요.하지만 결혼을 통해 무언가를 얻어야 하겠다는 생각엔 여전히 반대입니다.아무리 조건이 좋은 여자를 만났다 하더라도 사랑이 없는 상태에서 평생 을 산다는 것은 끔찍합니다.친구들 가운데엔 처음 만날 때부터 학력.집안 등조건을 따져보고 만나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순수하지 못한 문제도 있지만 미래를 위해 서로에게 더 좋다는 입장이지요.
▶이경자=조건없이 사랑만으로 결혼을 하고보니 나중에 어느 정도의 조건이 떠오르더군요.만일 결혼 전에 몇가지 조건을 조정했다면 살면서 생기는 현실적 마찰을 줄일 수 있었을 것같아요.
▶박정욱=결혼한지 5개월밖에 안되니 결혼에 대해 뭐라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아직까지는 그래도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경제적 문제는 상대방을 이해할 수만 있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거예요.
▶김상진=상대방의 어떤 부분을 사랑하느냐가 중요합니다.외모나경제력이 가장 우선되는 조건이라면 그 사랑은 오래 지속될 수 없겠지요.
▶김병희=조건,특히 경제적 조건을 앞세운 결혼은 반드시 행복하지 않습니다.결혼이 행복해지기 위해선 상대방의 조건을 따지기에 앞서 두 사람이 만나 하나의 밥상을 차려나가듯 함께 할 수있는 마음가짐이 갖춰져 있느냐를 우선 생각해야 합니다.
-얼마전 과다혼수로 문제가 됐었는데….
▶이경희=결혼이 며칠밖에 남지 않았지만 저는 아직 혼수문제로고민해보진 않았어요.혼수가 진정 행복한 결혼의 장애물이 될 수없다고 믿어요.결혼은 얄팍한 상업적 계산이 깔린 계약은 아니니까요.배우자의 가치를 물질로 판단하는 것은 정 말 추하고 불행한 일이지요.
▶이경자=사랑이 결혼의 첫째 조건이라는 데엔 이의를 제기할 수 없지만 어느 정도의 조건은 갖춰야 한다고 봅니다.결혼은 연애와 달리 생활이니까요.생활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을 갖추는 일도 중요합니다.결혼은 결국 두 사람이 하나 의 목표를 위해 함께 나아가는 출발점이지 완결점이 아니니까요.
-오랜 시간 감사합니다.
진행.정리=고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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