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쇠고기 홍역치른 한국에 성의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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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미국 정부는 BGN의 독도 표기 변경에 대해 “지리 전문가들이 어떤 정치적 파장을 가져올지 고려 없이 한 일”이라고 했었다. 또 BGN 측이 독도를 ‘주권 미지정 지역’으로 변경한 최근 결정을 원상회복하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 흘러나왔다.

이를 두고 미국이 외교 정책에서 한국과 일본에 두는 비중의 차이가 깔려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었다. 쉽게 복구되지 않는 한·미동맹과 강화되는 미·일동맹의 단면이 이번 독도 표기에서 불거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2012년 미군이 갖고 있던 전시작전통제권이 한국군에 넘어가면 한미연합사는 공식 해체된다. 평택 미군기지가 완공되면 서울 용산에 있는 미군 기지는 평택으로 이전, 한국군과 미군이 물리적으로 분리된다. 비슷한 시기에 한국전쟁 이후 미국의 한반도 방위 상징이었던 미 8군사령부는 하와이로 이전할 전망이다.

반면 일본에선 정반대의 흐름이다. 미국과 일본은 육·해·공군의 지휘통제 구조를 단계적으로 통합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주 포트 루이스에 있는 미 1군단사령부는 연내 일본의 자마기지로 옮겨온다. 자마기지는 육·해·공군의 작전을 지휘하는 통합사령부 역할을 맡는다. 일본 자위대와 미군의 지휘가 일원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외교 분야에서도 한·미 관계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쇠고기 추가협상과 촛불집회, 부시 미 대통령의 방한 일정 연기와 이에 대한 미측의 일방적인 발표로 삐걱거려 왔다. 기존 군사동맹 중심의 한·미 관계를 경제적으로 묶는 계기로 삼았던 한·미 FTA 체결도 연내 타결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 독도 표기 변경 파문은 다음주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지혜를 발휘해야 할 현안으로 떠올랐다. 부시 미 대통령이 이날 독도 문제와 관련해 언급한 것도 방한을 앞두고 이미 미 쇠고기 문제로 홍역을 치른 한국 정부의 어려운 입장과 함께 독도 문제에 민감한 한국민의 정서를 동시에 감안한 ‘성의 표시’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부시대통령의 언급에도 불구하고 BGN의 독도표기 변경이 원상회복 될 것이라는 조짐은 아직 없다”며 “그러나 뭔가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은 양국이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또 “가능하면 부시 대통령의 방한 이전에 해결하는 게 최선책”이라고 말했다.

이정민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진정한 한·미동맹 복원을 위해선 백악관과 국무부만이 아니라 미국의 의회·언론·싱크탱크의 오피니언 리더들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우리 입장을 정확히 알리는 치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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