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스타 개런티 천정부지 한국은 팝시장의 봉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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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해외 팝 스타들의 내한공연이 지난해부터 줄을 잇고 있지만 이들에게 지불하는 공연료는 과연 적당한 수준일까.
이같은 물음에 대한 국내 음악 관계자들의 중론은 대체로 부정적이다.공연기획사들간의 과열경쟁으로 터무니없이 높은 공연료를 지불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특히 한 업체가 이미 계약단계에 들어갔는데도 다른 업체가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며 「가로채기」를하는 바람에 공연일정이 늦어지거나 취소되는 등 국제적 공신력을실추시키는 사례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는 것.
지금까지 국내 대중음악 공연사상 최고의 개런티는 지난해 9월색소폰 연주자 케니 지가 받은 50만달러(2회 공연).
그러나 당시 1회 공연당 10만달러 수준에서 공연을 유치할 수 있었다는 것이 업계의 통설이다.국내에서 케니 지의 인기가 치솟던 94년부터 여러 업체가 물밑경쟁을 벌이는 바람에 공연료가 적정가의 세배 이상으로 치솟았다는 것이다.
이달 중순 8만달러의 개런티를 받고 예술의전당에서 두차례 공연을 가진 바네사 메이의 경우도 마찬가지.메이가 지난해 홍보차내한했을 때 국내 모업체가 1회 공연당 1만5천달러 수준으로 공연을 내락받았으나 뒤늦게 뛰어든 업체간의 경쟁 에 의해 최종공연료가 세배 가까이 올라간 것.
6월초로 예정됐던 마이클 볼튼의 내한공연이 미뤄지고 있는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다.볼튼은 여러차례 『한국에서 공연하고 싶다』고 말해왔고 지난해까지만 해도 15만달러선에서 공연이 추진됐다.그러나 4~5개 업체가 경합을 벌이는 사이 개런티가 껑충 뛰어버렸고 볼튼측에서도 한때 케니 지등 다른 가수의 선례를들며 『지방공연을 포함,3회 공연에 97만달러를 달라』고 요구해 왔다.
한 공연 관계자는 『그 정도의 고액으론 도저히 수지를 맞출 수 없다』며 『최근들어 외국 공연업자들간엔 한국을 「봉」으로 생각하는 경향마저 보인다』고 말했다.
이밖에 내한공연설이 한동안 무성하게 나돈 마이클 잭슨의 경우한때 국내업자가 2백만달러까지 제시한 경우도 있으나 그의 소속사인 소니뮤직의 한국법인 관계자는 『1백만달러도 비싼 개런티』라고 말하고 있다.
또 휘트니 휴스턴도 94년 4개업체가 동시에 공연을 신청,문화체육부가 과당경쟁을 자제해줄 것을 요구한 적이 있다.
이같은 현상은 대중음악 공연 유치가 갑자기 활성화됐지만 국내업체들의 노하우가 축적되지 않은데다 경쟁 질서가 정착되지 않아일어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공연허가권을 갖고 있는 문체부는 『기본적으로 업체들간의 자율경쟁에 맡기고 있지만 과열경쟁은 자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한 기획사 관계자는 『야니.리 오스카등 적은 돈을 들이고도 내용이 충실한 공연을 유치한 사례도 있다』며 『단기적으론 기획사들간의 정보교환으로 불필요한 외화 낭비를 막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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