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인당 GNP 1만달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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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50년대 이전의 가난을 기억하는 한국사람은 다리를 한번 꼬집어 볼만하다.1인당 국민총생산이 1만달러를 넘어선 것은 천연자원과 기술축적이 너무 적은 이 반도에서 1만년 묵은 가난을 물리친 기념비적 대사건이다.
한국이 아시아적 「빈곤의 악순환」이라는 저주에서 벗어나 선진공업국 반열에 들어섰다는 사실은 세계경제사에 기록할만 하다.한국이 이룬 경제적 성취는 이 지구에 있는 어떤 나라도 노력하는국민이 있으면 역경을 반대로 돌려 잘 살수 있게 된다는 희망을증명한 것이다.
경제발전이란 높은 산악을 올라가는 경험과도 같았다.
표고(標高)마다 도사리고 있는 새로운 험준(險峻)의 시련은 올라온 길을 되굴려 내리려 했다.1백달러,5백달러,1천달러,3천달러에서 좌절한 나라도 많았다.남미의 페루.아르헨티나,아 시아의 필리핀.파키스탄,중동의 이집트,이런 나라들이 어느 시기까지는 모두 한국 보다 아득히 앞서 달리던 「선진국」들이었다.유럽계 민족의 국가가 아니고서는 오랫동안 오직 일본만이 1만달러선을 넘을 수 있었던 예외였다.
한국의 1만달러 고지도달은 「배워야 산다」「우리도 잘 살 수있다」,이런 구호(口號)로 표현된 전략적 각오와 자신감으로 전국민이 뭉쳐 도전한 결과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오늘 성취감만이 아니라 강한 반성도 함께 갖는다.
과연 우리는 선진국에 들어선 국민다운 문화적 의식을 지니고 있는가.곳곳에 눈에 띄는 후진적인 위험의 방치,편협하면서도 모방 일변도인 교육,뒤떨어진 과학과 기술수준,이런 결함 때문에 다시 가난으로 미끄러져 내려가는 것은 아닌가.지금 있는 경제시스템은 세계 단일시장시대 속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지닌 것인가.
1만달러 고지는 산의 정상이 아닌 비탈의 한 지점일 뿐이다.성취감은 좋으나 반드시 자신에 대한 뼈아픈 성찰을 동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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