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감동해야 좋은 어린이 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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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 ‘무지개 물고기’시리즈로 유명한 마르쿠스 피스터는 자기 아이들로부터 아이디어를 얻는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즐기면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 아동 도서전에서 만난 유명 그림책 작가 마르쿠스 피스터(44)는 “읽어주는 부모에게도 잔잔한 감동을 주는 어린이 책이 좋은 책”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30만부 넘게 팔린 ‘무지개 물고기’ 시리즈를 포함해 30여종의 어린이 책을 펴낸 그는 41회째를 맞은 올해 볼로냐 도서전에서 가장 주목받은 작가.

독일계 스위스인인 그의 대표작 '무지개 물고기'(시공주니어)는 반짝반짝 빛나는 비늘을 가진 물고기가 "비늘을 하나만 달라"는 다른 물고기들의 간청을 외면하다가 외톨이가 되자 비늘을 나눠주며 친구를 되찾는다는 줄거리. 어린이들이 책에 붙어 있는 은박지 비늘을 떼어내 가지고 노는 바람에 한국의 유치원이나 도서관에 성한 책이 없을 정도로 동심을 사로잡은 책이기도 하다.

피스터는 "1990년대 중반, 집에서 세 아기가 서로 욕심을 부리며 싸우는 것을 보고 '나눔'을 주제로 책을 만들기로 마음먹고 물고기 이야기를 구상하다 은박지 기법을 생각해 냈다"고 제작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어린이 책은 줄거리 못지 않게 표현 기술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도입한 '은박지 붙이기'는 이후 어린이 책에서 흔히 사용하는 기법이 됐다. 그가 다른 화제작인 '펭귄 피트' 시리즈에서 선보인 수묵화 표현법도 서양에서 인기를 얻었다.

"지구의 반대편인 한국에서도 내 책이 사랑 받는다는 얘기를 전해들으며, 언어와 국경을 초월한 동심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는 피스터는 "내년 가을께 한국 어린이 독자들을 만날 계획을 세웠고, 그때쯤 예술가들을 주제로 만든 새 책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술가인 토끼가 부활절 달걀에 달리.피카소 등의 그림을 그려 넣는 모습이 담긴, 이 책에 들어갈 화려한 초벌 그림을 보여줬다. 그는 곧 태어날 넷째 아이를 위한 책도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지난 14일 개막한 볼로냐 아동 도서전에는 63개국 1100여개 출판사가 참가해 10만종 이상의 어린이 책을 선보였다. 한국 출판사 '초방'과 '웅진닷컴'이 각각 '지하철은 달린다'(신동준 글.그림)와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조호상 글, 윤미숙 그림)로 대회 최고상인 '라가치상'을 받았다. 프랑스.미국 등의 8개 출판사가 올해 이 상을 받았으며, 한국 출판사가 이 상을 받기는 처음이다.

볼로냐(이탈리아)=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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