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세계 물의 날-水資源개발의 새 방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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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물에도 적정한 값을 매기자.』 전후 개도국에 대한 수자원 개발사업 투자를 주도해온 세계은행이 갈수록 심화되는 물부족 해소를 위해 내놓은 최종결론이다.물의 공급확대에서 소비절약 쪽으로 발상을 대전환하고,그 중에서도 물이란 상품에 시장경제원리를도입해 과소비를 막 는 것이 시급하다는 뜻이다.공기처럼 거의 무한정한 자연재가 아니라 원유처럼 희소한 자원이라는 인식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과거 세계은행의 수자원정책은 대규모 댐건설 위주의 수자원 개발 확대에 초점을 맞춰 왔다.미국의 저명한 수질학자 로버트 앰브로기도 『지구의 물 부존량은 전체 인구가 쓰고도 남는다.문제는 지역적으로 가용 수자원이 편재돼 있다는 점』이 라고 지적하면서 개도국에 대한 투자확대를 지역적 불균형 시정의 처방으로 내세운바 있다.
하지만 근래 이러한 공급측면 일변도의 해결방안은 갈수록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수자원개발 적지(適地)가 고갈되면서 개발비용이 점점 늘고 있는 것이다.이스마일 세러겔딘 세계은행 환경담당부총재는 지난해 한 모임에서 『지난 45년간 우 리 은행이 개도국 수자원확충에 지원한 돈은 3백60억달러에 달했다.그런데 이만한 돈이 앞으로 10년동안 들게 생겼다』고 우려했다.세계은행은 개도국이 물부족을 면하려면 향후 10년간 6천억달러가 필요하고 선진국도 유럽의 현재 수질기준 을 유지하려면 15년간 1천5백억달러가 든다고 추산했다.
이제 처방은 공급에서 수요로 옮겨가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는 문제제기다.이에 따라 세계은행은 비효율적.낭비적인 물사용을 막기 위한 관개.누수방지.수질오염방지 시설투자에 보다 힘을 기울이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이와 관련,이스 라엘 히브리대가 산출한 통계가 눈길을 끈다.
물부족이 심각한 중동지역의 경우 댐건설등을 통해 수자원 1입방를 새로 창출하는데 30센트~1달러의 비용이 든다.그러나 관개.누수방지를 통해 같은 양을 아끼는데는 10센트밖에 들지 않는다.같 은 분량의 오.폐수를 정화해 쓰는데도 25~35센트면 족하다.가용수(可用水)를 새로 만들어내는 비용보다 기존의 가용수를 절약하거나 재활용하는 비용이 훨씬 덜 먹힌다.
사막에서 옥토를 일구어낸 이스라엘이 흔히 수자원 절약의 모범사례로 거론된다.이스라엘은 지난 30년동안 같은 양의 물로 경작량을 무려 5배 늘리는데 성공했다.가령 농토에 물을 뿌리거나흘릴 때 누수.증발등으로 절반만 식물의 뿌리에 도달하지만 작은관(管)을 많이 심어 물을 흘려 주면 물을 두배 이상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질적인 수자원 남용을 막는 근본적 해결책은 이러한 물리적.기술적 개선방안보다 물의 생산 비용에 입각한 시장가격 기능의 도입이라는게 세계은행의 지적이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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