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선거서 본 5가지 부동층 유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부동층(浮動層)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게 아니다.
지지후보를 드러내기 싫어 『지지정당이 없다』고 답하는 경우도있고 『정치에 관심이 없다』며 시큰둥한 경우도 있다.특히 여론조사기관들은 부동층에 대한 면밀한 분석없이 판세를 단정했다간 낭패보기 십상이라고 충고한다.
한국갤럽 김덕구(金德九)이사는 『부동층에는 상당수의 허수(虛數)도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래서 역대 선거에서 나타난 부동층을 다섯가지 유형으로 나눠 분류해놓고 있다.
이들이 꼽는 부동층 5대유형은 「친구따라 강남가는 형」,「의도적인 경계형」,지지정당 따로 지지후보 따로의 「따로따로형」,「벼락치기형」,「정치 무관심형」등이다.
이중 벼락치기형이 부동층 전체의 40%정도로 가장 많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견해다.
후보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선거가 코앞에 닥쳐와야 작심하는 유형이다.그래서 이들의 투표성향은 선전벽보와 소형 인쇄물 등에좌우된다.
선전벽보가 나붙으면서 벼락치기형은 서서히 부동층에서 벗어난다. 친구따라 강남가는 형도 전체 부동층의 30%정도 차지한다는게 여론조사기관의 분석이다.특히 각 당의 고전적인 부동층 대책은 이들에게 집중된다.조직을 통한 막판 접근이 가능한 층이다.
반면 이들은 투표일까지 발생하는 돌발변수들에 크게 좌우되기도 해 한꺼번에 판세를 뒤집어놓기도 한다.후보들이 마음을 놓을 수없는 유형이다.
나머지 세 유형은 부동층 전체에서 10%씩을 차지해 비중은 크지 않으나 박빙지역에서 의외의 변수가 되기도 한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의도적인 경계형을 이를테면 충청권 유권자들이라고 지적한다.대세가 자기의견과 같을 경우에는 의견을 표출하지만 다를 경우에는 끝까지 속셈을 드러내지 않는 유형이다.호남출신도 과거 이런 성향이 컸으나 요즘은 예전보다 덜하다고 한다.이들은 부동층이라기 보다 주변여건과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 유권자들이라고 봐야한다는 설명이다.
따로따로형은 지지 정당과 후보가 다른 경우다.정당과 후보 사이에서 방황하는 유권자들로 뒤로 갈수록 인물중심의 투표행태를 보인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정치 무관심형.대부분의 부동층은 외관상 이런 유형을 가장하고 있다.그러나 진짜 무관심형은 투표 당일 기권하는 경우가 많고 일부만이 주변 분위기에 편승한다고 한다.투표 당일기분이 정치 무관심형의 표를 오히려 좌우하는 것 으로 봐야한다는 얘기다.
이 다섯가지 유형의 부동층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하는말이 있다.『정당.후보들이 유권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할수록 부동층이 늘어난다.』급증하는 부동층은 우리 정치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박승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