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여대야소] 1인2표제의 위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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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첫 도입된 '1인2표제'가 위력을 발휘했다. 최대 수혜 당은 민주노동당이다. 창당 4년 만에 원내 제3당으로 우뚝 섰다.

지역구에서 단 2명의 당선자를 배출했으나 정당투표에서 13.0%의 높은 득표율을 보여 총 10석을 따냈다. 민주노동당은 16개 시.도에서 10.5~21.9%라는 고른 득표율을 기록하며 전국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

반면 민주당과 자민련은 지역구에서 5석과 4석을 얻고도 제4당과 5당으로 밀렸다. 자민련은 정당투표 득표율이 2.8%(3% 이상돼야 의석 배분 가능)에 그쳐 비례대표를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다. 정치적 생존마저 위태롭게 됐다. 자민련은 기존 텃밭인 충남(23.8%), 대전(14.5%), 충북(6.3%)에서 그나마 높은 득표율을 보였으나 광주(0.3%), 부산(0.7%), 대구(0.8%)에서 참패했다. 비례대표 4석을 얻은 민주당도 광주(31.1%), 전남(33.8%), 전북(13.6%)에서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으나 대구(1.1%), 부산(1.9%) 등 영남에서 표를 못얻어 몰락하고 말았다.

1인2표제는 이처럼 전국정당과 지역정당의 명암을 확연히 구분해 놓았다. 서울대 정치학과 박찬욱 교수는 "1인2표제는 소선거구제가 갖고 있는 약점을 보완하면서 정책 및 전국정당을 뿌리내리게 한다"면서 "1인2표제는 자민련처럼 특정지역의 지지를 받는 정당에는 불리하게 작용하는 등 지역주의를 완화하는 기능을 지녔다"고 말했다.

1인2표제의 또 다른 특징은 '사표 예방 심리'다. 민주노동당은 정당지지도가 높았음에도 지역구에서 2석 밖에 못건진 것은 이 때문이다. 정당투표에서 민주노동당을 찍은 유권자들이 17대 총선 구도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양강구도로 압축되자 지역구 투표에선 상대적으로 성향이 비슷한 열린우리당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1인2표제의 특성은 원내 양당체제를 구축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득표율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전체 243개 지역구 투표에선 각각 129석(53%)과 100석(41.1%)을 얻어 11.9%포인트의 격차를 보였다. 그러나 정당투표는 열린우리당 38.3%, 한나라당 35.8%를 얻어 격차가 2.5%포인트에 불과했다. 지역구 선거에선 2위 이하 후보자에 대한 투표는 사표처리되나 정당투표에선 3% 이상을 얻으면 한표 한표가 힘을 보태 의석수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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