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성들, 에로틱 봉춤의 매력에 사로잡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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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립 바에서 볼 수 있는 봉춤이 중국 여성들 사이에 새로운 운동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IHT 인터넷판이 27일 보도 했다.

IHT 인터넷판에 따르면 피트니스 센터나 댄스 스쿨에서 봉춤을 정규 수업으로 채택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물론 스트립 바에서와 같은 광경을 상상하는 것은 금물. 동작은 같아도 옷은 입은 채 춤을 추기 때문이다.

봉춤을 중국에 도입한 사람은 올해 39세의 루오 란(Luo Lan). 중국 남동부 강소성의 작은 마을 출신인 그녀는 대학에서 체육을 가르치는 부모를 두고 있다. 루오는 그동안 비서, 영업사원, 통역 등 20여 가지 직업을 전전하다가 2006년 휴가 차 파리를 방문했고, 거기서 봉춤을 처음 접했다.

루오는 미국에서 봉춤 강좌가 피트니스 센터의 인기 강좌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봉춤의 에로틱한 특징을 잘 다듬어 중국 여성들이 받아들이기 쉽게 포장하면 중국 피트니스 시장에서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봉춤을 통해 여성들은 몸매도 관리하면서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사상 유례없는 개방과 자유의 물결에 딱 맞는 컨셉이었다.

루오는 베이징으로 돌아온 후 그동안 저축한 돈 3,000 달러를 털어 댄스 학원을 열고 광고를 냈다. 그 후 젊은 여성들이 조금씩 찾아오기 시작했다. 전에 봉춤이란 것을 본 적이 없었던 그들은 봉춤에서 스트립 바를 연상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선입견이 없었다. 루오 역시 봉춤을 건전하고 재미있고 사교적인 운동으로 이미지 메이킹하는 전략을 썼다.

루오는 몇몇 잡지와도 계약을 맺었고 2008년 3월에는 중국 전역으로 방송되는 후난 TV에서 수강생들과 함께 토크쇼에 출연했다. 시청자들은 대부분 봉춤이 무엇인지도 몰랐고, 다만 그 동작이 재미있다고 생각해 박수를 쳤다. 방송 이후 중국 전역의 피트니스 센터에 봉춤이 확산됐고, 루오의 학원은 올해 안에 센터 여섯 곳을 추가로 오픈할 계획이다. 루오가 학원을 내고 6개월 후에는 역시 봉춤을 가르치는 라이벌 학원도 생겼다.

하지만 봉춤이 언제까지나 피트니스의 영역에 머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봉춤의 노골적인 동작들은 여성에게 정숙함을 요구하는 전통적인 가치와 충돌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중국인들이 봉춤 동작의 에로틱한 면을 알게 되면서 규제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루오 자신도 갖은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봉춤을 피트니스 댄스로 받아들이고 있는 도시의 젊은 여성들은 부모세대와는 다른 가치관을 보여주고 있다. 봉춤을 배우고 있는 올해 23세의 장리는 "중국 여성들은 순종적이고 정숙해야 하며, 일찍 결혼해서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고 믿는 이들이 많지만 나는 독립적인 삶을 살고 싶다"며 "봉춤을 잘 익혀두면 수퍼스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꿈을 꾼다"고 말했다.

올해 26세의 샤오 얀은 "일반적인 에어로빅 강좌를 들어봤지만, 모두 따분하고 천편일률적이었다"며 "봉춤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 교류할 수 있다는 것과 춤을 출 때마다 나 자신이 섹시하게 느껴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룸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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