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 재즈女가수 음반 발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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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재일교포 재즈 여가수 게이코 리(한국명 李敬子.사진)의 음반이 국내에서 발매됐다.게이코 리는 처음에 피아니스트로 출발했다가 93년 보컬리스트로 전향한 뒤 일본 도쿄와 나고야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교포3세.세계적인 트럼펫 연주자 히노 테루마사등 일류 연주자와 공연하면서 일본 재즈계에서 실력을 인정받고있다. 특히 지난해 발표한 첫음반 『이매진』은 올해 1,2월동안 일본에서 재즈음반 판매순위 1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가 높다는게 그녀의 소속사인 소니뮤직의 설명이다.
미국 뉴욕에서 녹음된 이 음반에는 재즈의 고전으로 꼽히는 거슈윈 작곡의 『서머타임』을 비롯한 8곡이 담겨 있다.가사는 모두 영어로 돼 있다.그녀는 짙은 허스키에 비음이 섞인 목소리로스탠더드 재즈를 능란하게 소화해내고 있다.
『자아도취적인 성격이 너무 강해 처음에는 재즈를 싫어했다』는스스로의 말처럼 게이코는 감정표현에 정제미가 있고 즉흥연주는 최대한 자제하는 스타일.특히 재즈가수에겐 생명이라 할 수 있는리듬감각이 뛰어난 것이 그녀의 장점이다.
특히 일류 연주자들이 반주를 맡아 이 음반의 완성도를 높여주었다.피아노는 국내에서도 두번의 내한공연을 통해 잘 알려진 케니 배런이 연주했고 레이 드러먼드가 베이스,그레디 테이트가 드럼을 맡았다.『서머타임』은 그레디 테이트와 듀엣으 로 불렀다.
이색적인 것은 마지막 수록곡인 『이매진』.너무나 유명한 존 레넌의 노래를 게이코는 재즈창법이라기 보다는 솔풍에 가깝게 불렀다. 그녀의 노래에서 한국인 특유의 정서나 기질을 찾기는 힘들다.그렇다고 일본적인 분위기가 발견되는 것도 아니다.음반 표지를 보지 않고 노래만 듣는다면 흑인 여가수로 착각할 정도로 동양적인 감성은 잘 느껴지지 않는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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