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盧씨 재판 스케치-89년 청문회답변도 써준것 읽었을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18일 서울지방법원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12.12군사반란 사건에 대한 두번째 공판에서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은『내가하나회 회장』이라고 말하는등 시종일관 당당한 태도로 검찰의 신문에 대응했다.
그러나 全씨는『정승화총장연행조사는 朴대통령 시해사건조사 목적이었을 뿐이었지 인사불만 등 다른 이유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全씨는 검찰의 질문에 일단 부인했다가 계속된 추궁에 말문이 막히면 번복하기를 거듭했다.
…오후들어 시작된 검찰신문에서 全씨는『하나회를 아느냐』고 추궁당하자 『내가 하나회 회장』이라고 거침없이 답변.
全씨는 이어 재판장에게 『하나회에 대해 설명할 게 있다』고 시간을 요구했다가 한차례 제지당했지만 곧이은 검찰 신문에서 『하나회는 11기 동기생끼리의 친목모임인데,육사 8기 동기인 윤필용장군과 강창성장군간의 라이벌 관계로 인해 발생 한 정치적 모략의 희생물』이라고 장황하게 설명했다.全씨는 또 『최세창.박준병등은 내가 회장으로 있으면서도 하나회 회원인지도 몰랐는데 남들이 회원이라고 한다』며 하나회가 친목단체임을 강조.
…全씨는『이후락씨의 출국금지로 정승화총장과 갈등이 있었느냐』는 검찰의 신문 대목에선 부인으로 일관하다 검찰의 집중 추궁에진술을 번복했다.
全씨는 검찰의 계속된 추궁에 『그런 사실이 없다』『기억나지 않는다』고 부인하다가 『지난해 12월3일 안양교도소에서 시인하는 조서가 있는데,이는 잘못된 것이냐』고 묻자 『그런 조서가 있었다면 단식중이라 정신도 없고 피곤해서 검사를 빨리 돌려보내려고 했던 것』이라고 조서자체를 부인.그러나『12월3일은 안양교도소에 수감된 첫날이자 단식도 첫날』이라고 검찰이 밝히자 全씨는『이후락씨와는 평소에 친해서 출국금지를 시킬 필요가 없었다』며 『그렇게 진술했다면 실수였다』라 며 머쓱한 표정을 짓기도했다. …全씨는 89년12월31일 국회청문회에서 답변한 내용도『남이 써준 것을 읽었을 뿐』이라고 진술자체를 번복.
검찰은 全씨가『鄭총장 연행을 79년 11월중순부터 여러사람과모의한 적이 없다』고 검찰 신문에 피해가는 데 대해『89년12월31일 국회증언때는 11월 중순부터라고 진술한 적이 있지 않느냐』고 추궁.
그러자 全씨는『그 당시에는 백담사에 있으면서 답변서를 만들 「재료」가 부족해 아들과 사위가 구해온 자료를 토대로 참모들이써준 것을 그냥 읽었다』고 말해 시간과 자료가 부족해서 빚어진『잘못된 진술』이라고 국회증언을 번복.
검찰이 이에 대해『재판정에서의 진술도 번복하는 것 아니냐』고묻자 『처벌을 받으면 되지』라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냉소적으로 답변.
이용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