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실과 겉도는 은행 금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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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경기 과열 트렌드가 수그러지는 환절기를 맞아 시장금리에 간과(看過)하지 못할 혼조(混調)가 일고 있다.은행의 대출 금리는연 14.5%인데 비해 회사채등의 할인시장 금리는 11.86%라는 고저(高低)뒤바뀜 현상이 나타난 것이 그것 이다.여기에는몇가지 이유가 있다.
그 하나는 은행들이 예금유치 경쟁을 벌이면서 최근 때아닌 예금금리 상승을 초래한 것이다.이것을 보고 「경쟁이 유죄(有罪)」라고 성급한 결론을 내려서는 안될 것이다.은행들이 「대출 세일즈 계절」에 맞지않는 「수신고(受信高)」경쟁에만 아직도 집착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수신고가 곧 은행경영실적의 전부라고 아직도 믿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고객신용도별로 대출리스크 프리미엄을 차별화함으로써 대출금리를 조절하는데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다.선진국형 여신심사는 거의 없고,부동산담보대출 관행에만 집착하고 있어서는 은행의 높은 금융비용을 낮출 수 없다.예대(預貸)금 리의 폭이 2.2%포인트나 되면서도 은행이 이익을 내지 못 한다는 사실이은행경영의 경직성을 잘 반영한다.
이렇게 되면 여러가지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난다.그 하나는 경기 하강기를 맞아 금리가 하향 조절되지 못함으로써 투자위축을 정지시키기 어렵다는 점이다.은행 금융매개 기능의 부실은 항상 가동되고 있는 결함이란 점에서 부실하게 건축 된 한강다리보다 오히려 더 무섭다.중소기업의 대량 도산은 은행의 이런 금융매개기능 부전증(不全症)에 말미암은 부분이 크다는 것은 말할나위도 없다.
다른 하나는 올해 은행결산이 손실을 감추는 방향으로 제도적으로 분식되는 바람에 국제 금융시장에서 대한(對韓)여신금리의 위험 프리미엄이 대폭 올랐다는 점이다.이것은 한국경제에 은행의 부실한 경영이 얼마나 큰 타격을 줄 수 있는가를 보여준 단적인예다. 은행 경영에 이와 같은 위험 신호가 나타나고 있음을 정부와 은행은 더 늦기 전에 눈을 크게 뜨고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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