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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 복싱 왕국’ 쿠바 망명 태풍에 아슬아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36년간 지켜온 쿠바의 ‘아마복싱 왕국’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주요 선수들의 망명으로 전력이 급속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는데, ‘왕국 수성’에 나선 쿠바의 저력이 발휘될지 관심이 쏠린다.

쿠바는 아마복싱 세계 최강이다. 1972년 뮌헨 올림픽부터 2004 아테네 올림픽까지 매 대회 복싱 종합우승을 지켜왔다. 정치적인 이유로 84 LA, 88 서울 올림픽에 불참했음에도 92 바르셀로나대회에서 금메달 7개(11체급)를 차지하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뮌헨 대회 이래 쿠바가 복싱에서 따낸 금메달은 33개나 된다.

하지만 지구상에 몇 안 남은 공산국가 쿠바도 자유화 물결을 피하지는 못했다. 96 애틀랜타 올림픽 때 호엘 카사마요르의 미국 망명 이후 잠잠했던 망명 태풍은 2006년 거세게 불었다.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3명이 베네수엘라에서 전지훈련 도중 미국으로 집단망명 해버렸다. 지난해에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범미주대회 도중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줄레르모 리곤도가 팀을 이탈했다는 이유로 대표팀에서 제외됐다. 밤에 여흥을 즐기기 위한 일탈이었지만 망명에 노이로제가 걸린 쿠바 당국은 용서가 없었다.

이로써 은퇴 선수까지 합쳐 쿠바의 아테네 금메달리스트 5명이 ‘전멸’했다. 베이징 올림픽에 나서는 10명 모두 올림픽 경험이 없다. 매 대회 금메달의 절반 이상을 이전 대회 우승자가 따냈던 쿠바로서는 큰 위기가 닥친 셈이다.

하지만 쿠바는 애써 태연한 표정이다. 페드로 로케 쿠바 복싱대표팀 감독은 “자연스레 세대교체가 됐다. 우리 선수층이라면 다른 나라 대표팀 3개는 꾸릴 수 있다. 우리 선수들이 어리지만 8, 9세 때 복싱을 시작해 이미 200경기 이상 경험을 가지고 있다”며 종합우승을 낙관했다.

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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